北‘조선중앙통신’, 16일 자정 직후 돌연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보도
  • ▲ 북한이 16일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에 갑자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맥스썬더 한미연합훈련을 핑계로 삼았다. 사진은 2016년 4월 맥스썬더 훈련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16일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당일 새벽에 갑자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맥스썬더 한미연합훈련을 핑계로 삼았다. 사진은 2016년 4월 맥스썬더 훈련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에 관한 논의 등을 할 예정이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북한이 갑자기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미연합공군훈련 ‘맥스 썬더’와 태영호 前영국 주재 北대사관 공사의 국회 간담회를 이유라고 우겼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보도문’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연합공중전투훈련 ‘맥스 썬더’를 벌이고 있다”면서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냥해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을 언급하면서 “남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미국도 이를 전적으로 지지했다”면서 “그러나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에 반대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벌여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했다”고 주장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이어 “특히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이 지목한 ‘국회 마당에 내세운 인간쓰레기들’은 복수형으로 말했지만 태영호 前공사를 지칭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태영호 前공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첫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발간한다고 밝힌 데 대한 비난으로 보인다. 태영호 前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는 김정은과 김정일 등 소위 ‘백두혈통’이라는 김씨 일가의 민낯과 행패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의 핑계 가운데 하나로 태영호 前공사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도 꼽았다. ⓒ뉴데일리 DB.
    ▲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의 핑계 가운데 하나로 태영호 前공사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도 꼽았다. ⓒ뉴데일리 DB.
    北‘조선중앙통신’은 “선의를 베푸는데도 정도가 있고 기회를 주는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아래서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억지를 부리며 “모든 책임은 제 정신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또한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이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이 잡힌 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美北정상회담까지 볼모로 잡을 수 있다는 협박도 곁들였다.

    北‘조선중앙통신’의 이 보도는 외무성이나 노동당,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나온 게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 남북 동해선 철도 연결 등을 논의하기로 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갑자기 연기한 것이 실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해 하고 있다.

    실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5일 “김정은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갈마해양관광지구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 근로자 수십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갈마해양관광지구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취재하는 외국 기자들이 거쳐갈 원산 비행장과 인접해 있다.

    한편 北‘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온 뒤 열린 美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김정은이 일전에 한미연합훈련의 합법성과 필요성, 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美국무부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북한이나 한국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하지 않는다거나 6월에 있을 美北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지 않겠다는 암시를 들은 적이 없다”면서 “미국은 美北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