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對 안철수 되면 이길 수 있다… 시민들이 표심 몰아줄 것"
  •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서울시민 앞에 섰다.

    2011년, 그는 당시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던 박원순 시장에게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천만 서울시민의 민생·경제를 맡겼다. 7년이 흐른 지금, '아름다운 양보'가 서울시민에게 초래한 결과는 분명해 보인다. 안철수 후보가 '아름다웠지만 잘못됐던 양보'에 대해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를 본지 취재진이 15일 서울 안국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나 들어봤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원순, 잘해줬으면 했는데… 7년 악화됐으면 됐다. 결자해지해야"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원순 시장이) 시정을 잘 이끌어줬으면 했다"면서도 "7년 동안 심각하게 악화된 서울시정을 4년 더 악화시킬 수 없어, 결자해지의 각오로 (선거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 또한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서울시민의 한 사람이다. 박원순 시장의 지난 7년 시정을 평가하기 위해 그는 데이터와 수치를 꺼내들었다.

    안철수 후보는 "경제가 너무나 심각하다"며 "평균 실업률이 4.3%인데 서울이 5.1%로 전국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으로는 창업하는 회사 숫자와 폐업하는 회사 숫자가 비슷한데, 서울만은 창업률 2.4%에 폐업률 4.3%로 하나가 창업하는 동안 둘이 폐업하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악화된 서울을 사람들이 떠나면서, 박원순 시장이 취임했을 때 1053만 명이었는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인구가 줄어 이제는 1012만 명"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박원순 시장이 굉장히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시정 7년 동안, 서울시 예산은 21조 원(2011년)에서 33조 원(올해)으로 수직 증가했다. 안철수 후보는 "국가예산이 44% 증가하는 동안 서울시 예산은 55%가 증가했다"며 "서울시민들은 지방세를 65%나 더 내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안철수 후보는 "'6층 사람들'이라고 들어봤느냐"며 "서울시장실이 시청사 6층에 있는데, 특정 시민단체 사람들을 옥상옥처럼 갖다 앉혔다"고 귀띔했다.

    이어 "시민단체 출신들이 선심성·홍보성·낭비성 예산에 돈을 부으니 남는 게 없더라"며 "서울시민들이 세금을 더 내고서도 경쟁력이 악화된 서울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7년 전, 잘 준비된 줄 알고 박원순 시장에게 시정을 맡겼던 안철수 후보의 '아름다운 결단'은 오롯이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의 '아름다운 7년'으로 귀결됐다는 설명이다. 시민도 속고, 그도 속았던 셈이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시민들은 같은 실수 반복 않을 것… 이길 후보에 표 몰아달라"

    결자해지하러 나섰다지만 여건은 녹록치 않다.

    14일자 〈한국일보〉에 보도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15.2%의 지지를 얻었다. 1위인 박원순 시장(53.0%)과 격차가 크고, 무엇보다도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10.5%)와 오차범위 내에서 2위를 다투고 있다. 이 조사는 <KBS>와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공동 의뢰해 지난 11~12일 간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대로라면 59%의 표가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에게로 흩어져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릎 꿇었던 지난해 5·9 대선이 재연될 판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후보는 자신만만했다. 오히려 "서울시민들은 균형감각이 있고 합리적인 분들이 많아서, 한 번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때(대선)의 실패 경험이 있으셔서,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떤 근거로 서울시민들이 안철수 후보를 '야권대표후보'로 여기고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까.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 시장의 7년 실정에 비판적인 분들께 묻는다"며 "박원순 대 김문수가 된다고 하면, 김문수 후보가 이길 수 있겠는가"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100% 진다. 상상 안해도 다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 답한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 대 안철수가 되면 내가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시민들이)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시민 만나며 7년간 '양념칠' 당했던 것 벗겨내는 중"

    시민들이 지난해 5·9 대선 때와는 달리, 알아서 '될만한 야권대표주자'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기대, 어떻게 보면 시민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은 아닐까. '아래로부터의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걸기에 앞서, 안철수 후보는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의 표심을 파고들게 될까.

    안철수 후보는 "열심히 시민들께 직접 다가가야죠"라며 "7년간 '양념칠'당한 것, 그런 '양념'들을 벗겨내는 일을 해야죠"라고 말했다.

    가볍게 표현했지만, 최근 드러나고 있는 실상은 무겁다. 더불어민주당원에 의한 불법 대선여론조작 사건, 일명 '드루킹 게이트' 수사 상황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드루킹 일당의 가장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기간 'MB 아바타' 등 온갖 '양념칠'을 당했다.

    혜성같이 떠올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를 위협할 때에는 친박 진영으로부터 '양념칠'을 당하기도 했다. 대선을 코앞에 뒀던 2012년 10월, MBC 뉴스데스크가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안철수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최근에야 비로소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날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는 "MBC에서 9시 뉴스 첫 꼭지로 박사학위 논문표절이라는 거짓 기사를 냈는데, 그게 이제야 밝혀지지 않았느냐. 기자도 해고되고"라며 "나는 국정원 댓글에도 제일 많이 공격당하고, 드루킹 댓글에도 제일 많이 공격당한 사람"이라고 웃었다.

    안철수 후보는 요즘 열심히 시민을 만나러 다니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나면 열이면 아홉 분이 '언론에서 접하는 인상과 너무 다르다'고 한다"며 "얼마나 왜곡됐으면, 하하하…"라고 또 웃었다.

    "국정원과 드루킹이 끊임없이 이미지 조작을 했지만 직접 만나면 오해가 많이 풀리더라"며, 지난해 대선 정국 때 선보여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페북 라이브 뚜벅이 유세'처럼 시민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유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많은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한다"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유세) 방식들을 열심히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안철수의 안보관은? "문정인 주한미군 철수론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보수 진영의 몇몇 유력 논객들은 지난해 5·9 대선에 이어,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도 '안철수 후보로의 중도·보수 단일화'를 부르짖었다. 실제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 일부는 온라인 공간에서 "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내곤 한다.

    그럼에도 또다른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격하게 반발한다. 이들은 안철수 후보가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고 믿는다. 안철수 후보가 직접 "두 사람, 세 사람 거치면서 왜곡되고 사실화된 것"이라고 딱 잘라 부정했는데도, 해명은 알려지지 않고 왜곡된 내용만 여전히 살아 있다. 이 또한 '양념칠'의 일부일 것이다.

    1012만 서울시민에게 일일이 다가가 '양념'을 벗겨내는 것은 무리다. 이날 인터뷰에서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우려하는 안철수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했다. 서울시정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인데도, 안철수 후보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자신의 관점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다가올 6·12 미북정상회담에 관해 안철수 후보는 "현 정권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장밋빛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미북회담에서는 우리가 미국과 공조해서 반드시 북핵 폐기를 관철해야 하며, 그것은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주일미군(5만2000명 규모)과 유럽사령부 주둔 미군(독일 3만8000명, 이탈리아 1만1800명, 영국 9000명 등) 등을 가리켜 "일본은 전쟁 중이라 주일미군이 있고, 유럽은 무슨 혼란이 있어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느냐"며 "동맹이라서 있는 것인데,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이 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북핵 폐기가 돼야지 먼저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것도 안 된다"며 "반드시 (핵폐기라는) 결과 하에서 (제재 완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후보는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날아들 '청구서'와 우리 국민들이 짊어지게 될 부담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안철수 후보는 "아직 북한이 핵을 개발 중이던 94년 제네바 협정 때, 핵개발 중단의 대가로 지원하기로 한 게 2조 원이었는데, 그 중 우리나라는 70%를 분담하게 돼 있었다"며 "지금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으며 ICBM도 완성 단계고, 핵시설도 수백 곳이 있는데 (핵폐기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들고, 누가 분담할 것인가를 철저하게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춘지(Fortune紙 : 미국의 권위 있는 경제월간지)에 나온 바에 따르면, (북핵 폐기의) 비용이 향후 10년간 2100조 원이 들 것이라고 기사가 떴다"며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400조인데, 4분의 1만 분담한다고 해도 10년간 50조 원씩 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부담할 능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느 매체에서는 또 이걸 왜곡해서 내가 마치 북핵 폐기를 방해하는 것처럼 했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미리 철저히 준비해서 (북핵 폐기를 위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안국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내가 돌파력 없다면 우리나라 정치인 다 나가죽어야"

    이날 인터뷰 내내 안철수 후보로부터 가장 대표적으로 느껴진 감정은 '자신감'이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된 외풍(外風)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치솟고, 지방선거와 관련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보도되는데도 그는 시종 자신만만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취재진에게 1992년 미국 대선을 상기시켰다. 그는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걸프전을 벌여 대승했다"며 "그 결과로 지지율이 90%까지 치솟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 다음해가 대선이라 누구나 현직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당연히 재선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미국의 작은 주(州) 아칸소의 아주 젊은 주지사 빌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한 마디로 부시를 패배시켰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인물을 뽑는 선거이며, 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의 경쟁력이 그 어떤 후보보다도 강하다는 자신감이었다. 지방선거 고작 하루 전에 열릴 세계적 이벤트 미북정상회담이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도, 안철수 후보는 "미북정상회담, 굉장히 바람직하고 좋지만, 결국 투표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로 임하는 게 지방선거"라고 일축했다.

    안철수 후보는 "전쟁에서 이기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 대통령도 재선이) 안 되지 않느냐"며, 현재 여론조사 지표 등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을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의 경제실정 '결자해지 심판론'으로 돌파해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7년 전, 그는 박원순 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하고, 천만 서울시민의 민생·경제를 내맡겼다. 거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상황을 자력으로 돌파하지 않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양보받은 인물이 충분히 준비가 돼서 결심이 선 것인 줄 알았다'던 판단의 문제였다.

    7년이 지나 다시 서울시민 앞에 서게 된 안철수 후보는 완전히 달라진 돌파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또, '양보받았던 후보'를 결자해지하겠다고 나선 만큼 그 자신은 천만 서울시민의 민생·경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된 것일까.

    안철수 후보는 "초심은 변하지 않았으되 7년 동안 정치적 돌파력은 충분히 증명했다"며 "혼자 창당해서 40석 정당을 만든 것은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래 내가 처음인데, 내가 돌파력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다 나가죽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방점을 찍었다.

    나아가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서울이 바뀐다, 대한민국이 바뀐다"며 "확실히 준비돼 있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