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표 33인 유족회 "MBC, 설민석 방송출연 중단시켜야"유족들 "검사 조정 권유에도 변호사 선임..합의조정 무시"
  •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민족대표 33인의 유족들이 스타강사로 유명한 설민석(48)을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설민석의 MBC 방송 출연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족대표 33인 유족회를 포함한 독립유공자 5개 단체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설민석이 강의와 책 등을 통해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MBC에선 아무런 여과없이 그를 출연시키고 있다"며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왜곡하고 독립선열과 유족들을 무시한 설민석 강사와 MBC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유족회는 "설민석이 한 방송에서 손병희의 셋째 부인 주옥경을 '술집 마담'으로 폄훼하고,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룸살롱'에서 선언서를 낭독했다고 말하는 등 왜곡된 사실을 전파한 점이 인정된다"며 지난해 서울남부지검에 설민석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족회는 "지난 2월 12일 검사의 '조정 권유'를 받아들여 설씨에게 진실된 사과와 유감 표명을 취해줄 것과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민족정기 선양사업을 활발히 전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설씨는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합의조정을 무시했고 버젓이 MBC 방송(예능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에 출연 중"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회는 "이처럼 진실된 사과와 공식적 해명없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설씨의 도덕불감증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유공자 후손들의 입장을 MBC와 설씨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회가 문제로 삼은 대목은 지난 2013년 설민석의 한 역사강의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설민석은 "'태화관'이라고 우리나라 최초 룸살롱이 있었는데, 민족대표 33인이 대낮에 그리로 가서 낮술을 마셨고, 나중엔 술에 취한 손병희가 일본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나 병희야. 취했는데 데려가'라는 말을 했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태화관'이라고 우리나라 최초 룸살롱이 있어요. 3.1운동 때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장소죠. 민족대표 33인이 대낮에 그리로 가서 낮술을 막 먹기 시작한 겁니다. 거기에 모인 이유도 마담인 주옥경과 손병희가 내연관계였기 때문입니다. 그 마담이 D/C를 해준다고, 안주 하나 더 준다고 오라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낮술을 먹고 소리치다가 경찰에 전화를 합니다. '나 병희야. 취했는데 데려가'. 그래서 일본 경찰이 인력거를 보내자 '안 타. 택시 보내줘'라고 했습니다."


    해당 강의 내용이 논란을 빚자 설민석은 지난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 날 그 사건에 대한 견해일 뿐,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민족대표 33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만세운동을 이끈 것은 학생들과 일반 대중들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계의 평가가 있고, 민족대표에 대한 비판적 견해 역시 존재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독립운동가 손병희의 외손자이자,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유헌씨는 지난 3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주옥경 할머니는 1913년에 이미 손병희 선생님의 세 번째 부인으로 들어오셨다"며 '내연관계였다'는 설민석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뒤 "당시 민족대표 33인은 경찰에 자수를 한 게 아니라, 일본 총감부에 독립선언을 '통보'한 것"이라며 '낮술을 먹고 자수를 했다'는 식의 표현은 역사를 왜곡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 MBC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