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일자리 늘리면 민간 일자리 주는 역효과… 소득주도 성장론 효과 못봐
  • 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공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뉴데일리 DB
    ▲ 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공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뉴데일리 DB
    지난해 편성된 추경과 올해 본 예산, 그리고 정부와 여당이 밀어 붙이고 있는 새로운 추경안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그 규모면에서 '역대급'이다.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신설을 지시하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드는 등 스스로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 시장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3월 실업률도 동기간 기준 17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기업 경영의 위축 역시 한국 고용시장을 더 얼어붙게 만들 전망이다. 이른바 'J노믹스'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가 약 11만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은 총 11조원 규모다. 공무원 증원은 물론 중소기업이 청년 세명을 고용했을 때 세번째 근로자에게 3년간 임금(연2000만원 한도)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일자리 추경안'이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전년 대비 12.6% 증가한 규모의 19조 2300억 원의 일자리 예산을 본 예산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 중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임금 부담을 보전해주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예산 3조원이 포함돼 있다. 

  • 2018년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 총괄표. [표=기획재정부 제공]
    ▲ 2018년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 총괄표. [표=기획재정부 제공]
    그리고 올해 들어 1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3조 9000억원 규모의 추가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중견기업이 정규직 1명을 신규 채용할 경우 연봉의 3분의 1 수준인 900여만 원을 지원하는 등의 임금 보전책이 담겨 있다. 이렇게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예산만 합쳐도 총 34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실제 고용 지표는 괴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3월 청년실업률 역시 11.6%를 기록해 2년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해 체감 실업률은 22.7%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최악이라는 발표도 있다. 

    전체 실업률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실업률은 2001년 이후 17년만에 가장 높은 11.6%를 기록했다. 취업자수 증가는 11만명을 기록해 작년 3월 46만명에서 크게 줄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있어야 비로소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1년 중에 실업률이 가장 높은 달이 2월"이라며 정책 실패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추진한 일자리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데 있어서도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9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한 임금보전 정책에 대해 "과연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답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민간부문 일자리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민간 부문에서의 고용량이 줄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용 지표는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사정이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5%에 그쳐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 역시 올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해 2016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는 더욱 가시적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공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6% 상승했다. 

    특히 임금 인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물가의 경우 그 증가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외식비가 2.7% 오르고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김밥 가격은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여성 일용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감소한 점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소득주도성장론'을 골자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J노믹스'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정책 재검토에 소극적이다. 드루킹 특검 공방으로 현재 막혀 있는 추경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J노믹스의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더 많은 국민들의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면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