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0평) 아파트, 서민 100년치 수입에 거래…“숨은 달러 거둬들여 비자금 마련”
  • ▲ 중국에서 바라본 北신의주 시내. 오래된 아파트들이 배경에 보인다. ⓒ연합뉴스-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에서 바라본 北신의주 시내. 오래된 아파트들이 배경에 보인다. ⓒ연합뉴스-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시행 이후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까지 조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일 “북한 당국이 신의주에 짓고 있는 고층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다주택 소유자의 매입도 문제 삼지 않는 등 자본주의 사회의 부동산 투기 같은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현지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신의주 소식통은 “신의주에 고층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는데 돈만 있으면 집이 여러 채인 사람도 구입할 수 있으며, 구입한 아파트는 웃돈을 얹어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에서 아파트 구매자에게 자금 출처를 따지지 말라는 방침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대신 집값은 매우 비싼 편”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민간에 판매 중인 신의주 고층 아파트는 100㎡ 짜리가 2만 달러 정도이고, 전망이나 층수, 면적에 따라 5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북한은 보통 아파트를 신축할 때 기본적인 구조 공사만 할 뿐 입주자가 인테리어 공사를 모두 스스로 해야 하므로, 주택 가격에다 1~2만 달러를 더 들여야 진짜 집값을 계산할 수 있다. 즉 100㎡ 면적인 신의주 고층아파트의 실제 가격은 3만 달러에서 7만 달러에 달한다는 뜻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 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는 상수도도 제대로 작동하고 엘리베이터는 24시간은 아니어도 출퇴근 시간과 낮에 정해진 시간에는 가동을 해 실제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평양 여명 거리에서도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20층 이상 아파트는 인기가 없다는 북한의 현실에서 보면 대단한 편의성이다.

    다만 이에 필요한 전기는 각 동별로 설치돼 있는 경유 발전기를 돌려서 쓰며, 여기에 드는 경유값은 주민들이 부담하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 받는 사람이라면 경유 비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중국의 대북소식통은 “신의주 고층아파트는 北호위사령부 산하 동양무역이 주관한 사업”이라며 “북한 당국이 최고 권력기관을 동원해 주민들의 장롱 속에 잠자고 있는 달러를 끄집어내고 국경 도시 신의주에 부동산 투자 바람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 ▲ 2017년 302㎡ 면적 아파트가 62억 원에 팔렸다는 서울 한남더힐. 북한 당국이 신의주에서 분양 중이라는 고층 아파트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 정도 고가로 보일 것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 2017년 302㎡ 면적 아파트가 62억 원에 팔렸다는 서울 한남더힐. 북한 당국이 신의주에서 분양 중이라는 고층 아파트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 정도 고가로 보일 것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참고로 북한 주민들이 농장이나 기업소 등에서 근무하고 받는 급여는 월 10~3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 먹고 산다. 장사해서 번 돈을 포함해도 보통 북한 주민들의 월수입은 30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북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소득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북한 당국이 신의주에 지어 분양하는 고층 아파트는 한국으로 치면 용산 더 힐이나 성수 갤러리아 포레, 청담동 상지 리츠 카일룸과 같이 60억 원이 넘는 수준의 고가라는 뜻이다.

    평양도 아니고 中국경에 있는 신의주에서 이런 고액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일이 가능할까.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에게 묻자 “신의주는 경제특구라서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의주는 김정일 생전인 2002년에 경제 특구로 지정됐다. 이후 장마당 경제가 커지면서 중국과 북한 무역의 핵심도시가 됐다.

    김성민 대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일어난 일”이라며 “북한에서 주택을 지을 때는 당국은 허가를 내주고 각 기관과 기업소는 ‘돈주(신흥 부자)’들을 끼고 자금을 조달해 공사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정부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주택을 건설, 주민들에게 나눠줬지만 지금은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건축비를 대는 ‘돈주’는 시행사, 기관이나 기업소는 시공사와 같은 역할을 맡아 아파트 등을 짓는데 완공이 되면 전체 주택 가운데 적게는 10%, 많게는 20%를 돈 대신에 받아 주민들이나 노동당 초급 간부들에게 되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돈주’는 적지 않은 이익을 올린다고.

    김성민 대표는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북한에서 주택을 사고 팔 때 거래하는 것은 토지와 건물이 아니라 사용권”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나 중국은 개인의 부동산 소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 사용권’을 사실상의 집값으로 보고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김성민 대표는 북한 당국이 신의주에서 고층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그 과정에서 ‘돈주’들이 여러 채를 사들여도 허용하고 있는 것을 두고 “아마 신의주가 경제특구여서 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신의주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려면 부동산 소유권과 거래를 허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민 대표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처럼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것은 경제 특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전역에서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할 경우 ‘비사회주의적 행태’라는 주민들의 비난과 함께 시간이 흐르면 통제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