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군인권연구소 등 58개 단체,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 "현행법 유지해야" 강조"병역거부 인정 국가들은 직접적 안보위협 없어...대체복무제는 통일 후 해도 늦지 않아"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58개 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병역법 제88조1항 합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바른군인권연구소 등 58개 단체 회원들이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병역법 제88조1항 합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과 배치되는 법원 판결이 최근 속출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제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세 번째 심판을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를 떠나 큰 안보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른군인권연구소와 자유와인권연구소 등 58개 시민단체는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종교를 빙자한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을 합헌으로 인정하면 대한민국 존립이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군대 안가는 비양심적 젊은이보다, 군대가는 양심적 젊은이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현수막을 펼치고 "병역법 88조 1항 합헌 판결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에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있다는 점 △정상적 병역의무 이행자와의 형평성 문제 △종교 갈등 및 병역 거부 움직임 확산 우려 △양심을 가장한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 등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병역과 집총을 자신의 양심에 반한다는 종교적 신념 등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행태로 병역법에 위반되는 행위다. 현재 병역법 제88조 1항은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거부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제2항에 따라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참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 바른군인권연구소와 자유인권연구소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 바른군인권연구소와 자유인권연구소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종교를 빙자한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을 합헌으로 인정하면 대한민국 존립이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과거 2004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이 합헌임을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역시 2004년 전원합의체에서 현재까지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절대적 자유인 양심 형성의 자유와 달리 양심 실현의 자유는 국가가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하라는 것을 의미하며,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의무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까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문, 2011.8.30)

    이에 따라 올해 3월 인천지법 형사11단독 위수현 판사는 역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25)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법원에 부여된 권한 범위 내에서 불가피한 선고라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헌법재판소 및 각종 재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이를 '무죄'로 선고하는 재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씨(2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재판정에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판사의 주관적 판단으로 과거와 다른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해 45건, 올해 21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위헌 여부를 가릴 세 번째 법률 심판을 앞두고 있다. 그 가운데는 판사가 직접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한 사례도 있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재판을 유보하는 것이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지난해 11월 인사청문회 당시 "기본적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도 감수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신속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헌재 판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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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분을 두고 바른군인권연구소 등은 "헌재가 병역법 88조 1항을 위헌으로 몰고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남북 화해분위기를 타고 군대를 안가는 것이 '양심적'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군대를 가고 누가 나라를 지키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에게 묻고 싶다. 학업 및 생업을 중단하고 전선에 나가서 총을 들고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과연 비양심적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바른인권세우기의 한 관계자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곧 68주년이다. 여전히 휴전 중인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국방의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가. '양심적'이라는 단어를 붙여 동정심을 유발하고 사회 질서를 흔드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된다. 전쟁 발발 위기 시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NO'라고 단언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주요셉 목사 역시 "전세계 유일 분단상태인 한반도가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군대는 중요한데,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 이행을 거부하는 자들이 양심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6년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으로 인해 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말 그대로 권고사항이지 의무 이행 사안이 아니다. 하물며 대한민국이 인권 후진국도 아닌데 일부 세력이 일방적으로 이를 엉뚱하게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 "헌재와 대법원에서 판결한 사안을 일부 하급심에서 불복하는 행위는 법조계가 현재 콩가루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2016년 10월 한 조사에서 '국민들의 58.3%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주 목사는 해당 사실을 언급하며 "법조계는 국가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가. 법이 왜 정치를 하고 있느냐"고 규탄하며 "이미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한번 저버린 바 있는데 또 한번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