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특별성명에서 CVID 제외… 靑, 북핵 폐기 의지 갖고 있나?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신속하게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날짜와 장소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아 그 배경을 둘러싼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개최 장소로는 싱가포르, 시기로는 6월 초중순이 거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미북 정상회담 의제인 '북핵 폐기'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영구적 핵 폐기' 등 보다 강화된 조건을 내걸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사실상 조건 수용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편 청와대가 오는 9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특별성명에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확인해, 과연 청와대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이끌어낼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날짜와 장소를 모두 갖고 있다"며 북한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듯 발언한 것은 지난 4일이다. 다음날 5일에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행사장에 참석해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며 다시 한 번 "날짜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북정상회담 개최에 속도를 내왔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개최 장소로 판문점이 거론되는 등 미북정상회담은 신속하고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북정상회담 추진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당장이라도 회담 날짜와 장소를 발표할 것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째 관련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과 북한이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의 확실한 핵폐기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메이 총리와의 통화에서 '비핵화한 북한'을 강조했으며,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중국 양제츠 정치국 위원과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은 미국의 압박 기조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 무기에 대해서도 '영구적 폐기' 필요성을 강조해 더욱 더 압박 기조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미국이 원하는 정상회담 개최 조건이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한 단계 강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 코드에 북한 역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은 판문점 선언이 제재와 압박의 결과인듯 여론을 오도한다"며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미국의 행위는 모처럼 마련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정세를 원점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실상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내거는 요구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북핵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오는 9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특별성명이 북핵의 CVID를 담지 않을 예정이라고 재확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중일 특별성명은 어디까지나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의 의미만 갖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지만 일본 정부가 CVID 포함을 요구한 바 있어 과연 한중일 3국이 확실한 공감대를 갖고 성명을 발표하는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 연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등 청와대는 미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한 '중재자' 역할에 분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가 북핵 폐기와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CVID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북한을 설득하는 데 있어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