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당 간부들 “김정은, 선대 수령 때부터 개발한 핵무력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 ▲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뒤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뒤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교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뒤 한국 사회에서는 “김정은이 곧 비핵화를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주장이 여론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들 가운데는 김정은의 ‘비핵화’가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4일 “북한 일부 고위간부들은 선대 수령들의 업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렵다며 판문점 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소식통은 “최근 노동당 중앙당 고위 간부들 가운데 일부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한반도 완전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북한의 목숨과도 같은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리가 없다는 주장이 바탕”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조선중앙TV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통일의 문이 활짝 열린 것처럼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지만 일부 고위 간부들은 하급 간부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자신이 잘 아는 노동당 중앙기관의 한 고위간부가 “남북정상회담에 마냥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그 간부가 “지금 북한 주민들이 통일 분위기에 도취돼 있지만 (통일을 하기에) 남북관계는 현실적으로 많은 장벽들이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평양 소식통은 “노동당 고위 간부들일수록 외부 정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김정은이 말하는 핵포기와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핵포기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당의 한 간부가 가까운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했던 말도 전했다.

    해당 노동당 간부는 “지금까지 선대 수령들과 김정은은 외세를 몰아내고 조국 통일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 왔는데 지금에 와서 힘들게 구축해 놓은 핵무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체제를 포기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느냐”면서 “판문점 선언은 전적으로 남조선이 하기에 달려 있으며, 과거 진보라던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여러 가지 남북경제협력 사업이 남조선 측에 의해 무산된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노동당 간부는 또한 “만약 남조선이 판문점 선언을 이유로 북한인권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우리는 핵무력 포기와 인권문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 이행도 무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고 한다.

    노동당 간부의 말을 전한 소식통은 “노동당 고위 간부들은 김정은 정권이 지금까지 리비아의 핵포기 과정과 가다피 사망 과정을 주민들에게 교육한 까닭은 핵무력을 포기한 나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이 2015년 3월에 ‘평양 표준시’를 발표했다가 ‘판문점 선언’ 이후 이를 다시 서울과 같은 시간대로 되돌린 것을 두고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 소식통들이 전한 말은 北노동당 고위층조차 판문점 선언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어서 한국 사회가 지금 ‘김칫국부터 마치는’ 것이 아닌지 의심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