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DB 북한인권감시본부 “기존의 대북지원 문제, 증언 종합한 결과 대북지원 논의 신중해야”
  • 노무현 정권 시절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보내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무현 정권 시절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보내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간 분야를 시작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인권단체들은 “인도적 대북지원 물자들이 투명하게 분배되지 않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산하 북한인권감시본부는 지난 2일 북한인권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인도적 대북지원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는 보고서를 통해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과 예산 절감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인도적 대북지원 차원에서 쌀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관련 보도가 최근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는 그러나 탈북자들의 증언과 찬반 여론을 취합한 뒤 “인도적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지원 물자에 우선 접근할 수 있는 일부 특권층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가 인용한 탈북자들의 증언은 이랬다.

    예를 들어 유엔 산하 유니세프(UNICEF, 유엔국제아동구호기금) 본부가 북한 지부에 물품을 보내면, 유니세프 외국인 직원, 북한 지부 직원인 北외무성 직원들이 받아서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문제는 유니세프 외국인 직원들이 돌아가면 구호물품을 다시 빼앗아 가져간다는 것. 게다가 유니세프 외국인 직원들이 구호물품을 나눠줄 때 찾아가는 마을도 대외 선전용으로 탁아소, 유치원 등을 만들어 놓은 마을이라고 한다.

    다른 탈북자는 유엔에서 탁아소와 유치원 아이들 먹이라고 밀가루와 쌀을 보내면, 물품을 받은 당일에만 밀가루 빵과 과자를 가득 쌓아 아이들 앞에 내놓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창고에 채워 유엔 직원들이 구경하도록 한 뒤 아이들에게는 그날 나온 빵만 먹게 하고 나눠준 과자는 도로 빼앗아 간다고 한다.

    탈북자들은 “국제기구 외국인 직원들이 인도적 대북지원 과정을 모니터링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 2012년 8월 홍수 피해를 입은 평양 북부 안주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돈 국제적십자사 구호 물품.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2년 8월 홍수 피해를 입은 평양 북부 안주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돈 국제적십자사 구호 물품.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주민들 모두 당국을 두려워 해 시키는 대로만 이야기를 하는데 개중에 죽기 살기로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내용이 전달이 안 된다고 한다.

    국제기구 직원 대부분이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고, 북한 주민들 또한 외국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현지 사정이 얼마나 열악한지, 구호 물품을 북한 당국 때문에 못 받는다고 말해도 北외무성 직원이나 통역하는 사람이 전혀 다른 말을 하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한 탈북자는 인도적 대북지원 식량과 관련해 “대한민국이라고 쓴 쌀고 있고, 말레이시아 국기 있는 것도 있고 미국(USA)라고 쓴 옥수수도 있다”면서 “제 친구가 호송원(유통담당자)인데 흥남이나 청진에 가서 그런 물품을 받아오면 다 군량미로 호송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 대부분이 북한군에 흘러간다고 해도 상당 부분은 군의 비리 때문에 장마당으로 흘러 들어 결국에는 주민들의 식량 수급 안정에 기여하며, 북한 취약계층의 식량 확보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는 이어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북한군에 우선 배분되는 것은 다양한 계층적 배경을 가진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된 바 있으며, 북한군에 일차적으로 들어간 지원 식량이 군인 개개인에 의해 장마당에서 암암리에 유통된다는 증언도 다수 확보했다”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을 촉구하는 측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도적 대북지원 식량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北기득권층의 금전적 이익 확보에 일조하게 되면서, 대북지원 식량이 북한 내부 정치적 권력을 경제적 이익으로 바꾸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결과가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는 “따라서 대북 식량지원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순수한 명분이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향후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쌀을 비롯한 대북지원이 북한 사회 내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롯해 포괄적인 논의와 국민적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의 지적처럼 현재 북한에 있는 400개 이상의 장마당에서 노동당 간부와 북한군 고위급 간부 등 특원층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십분 활용해 일반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여기에는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낸 인도적 대북지원 물품과 중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받은 원조 물자도 포함된다.

    NKDB 북한인권감시본부의 지적처럼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만으로 북핵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인도적 대북지원조차도 김정은 정권과 북한 특권층에게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