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못해...정치권 특검 요구 더욱 거세질 듯
  • 2일 오전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일 오전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씨가 2일 첫 공판에서 댓글 여론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공판에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네이버 업무 방해 협의에 대해서만 심리했다. 드루킹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과 접촉한 정황, 여론 조작과 관련한 인사청탁, 금전거래 등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업무 방해 혐의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혐의마저도 검찰 측은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논란이 꼬리를 무는 탓에 야권의 특검 요구는 앞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김씨 등 공범 3명은 모두 혐의사실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17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 45분까지 파주 광인사길 느릅나무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측이 송료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 등 기사에 “국민이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 무슨 죄냐” 등의 댓글을 네이버 아이디 614개와 매크로 프로그램(동일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이용자들이 공감한 것처럼 조작했다.

    검찰은 이들을 정보처리장치 통계 프로그램을 잘못 인식시켜 네이버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압수물 대부분을 경찰에서 분석하고 있고 추가범죄 또한 수사중이므로 재판 기일은 한 달정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 측 오정국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기소한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증거목록을 제출하지 못한다는 요청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측은 “구속기한이 짧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검찰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검찰은 끝내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오 변호사는 “네이버 로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손으로 직접 입력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매크로 프로그램 돌리는 것 뿐”이라며 “손으로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실질적으로 네이버에 업무상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지만 공소사실 자체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피고인은 재판을 신속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또한 “공소사실 외에 추가 혐의가 있으면 추가 기소를 하라”고 덧붙였다. 이후 다음 재판 기일을 2주 뒤인 5월 16일 오후 3시 30분으로 조율했다.     

    한편, 법정에는 김씨의 첫 재판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기자들과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방청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방청석 34석을 제외하고 30명의 입석만 허락했다. 일부 시민들은 “왜 못 들어가게 하는지 모르겠다”, “진실을 알려달라”, “그렇게 숨기고 싶은 내용이 많나”라며 항의했고 이를 제지하는 법원 경위와 충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