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핵부터 포기한 김정은, 과거-현재 핵 또 숨길까

1992년 IAEA 특별 핵사찰 주장에 NPT 탈퇴,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후에도 특별사찰 거부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5.01 11:43:54
▲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美A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美ABC 관련영상 화면캡쳐.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과 이후 청와대 등의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다는 주장이 국내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북한이 미래의 핵은 포기했지만 과거의 핵, 현재의 핵은 어떻게 포기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면서도 김정은 정권이 ‘CVID 원칙’에 따른 비핵화를 실행할 때까지는 대북제재와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핵까지 모두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 내용은 최근 美정부 수뇌부가 한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한다.

75분 동안 이어진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美대통령은 美北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긴밀히 조율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는 한편 “북한의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美정부의 구체적인 생각과 입장은 이튿날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의 말에서 일부 드러났다.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美ABC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극비리에 만난 것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김정은과 미국이 바라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또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김정은이 북한 비핵화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김정은이 약속대로 빠르게 비핵화 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다른 꼼수를 부릴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트럼프 美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북핵 문제를 일단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 2008년 6월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있는 냉각탑을 폭파할 당시 영상. ⓒSBS 당시 관련보도 화면캡쳐.
트럼프 美대통령과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이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과 함께 CVID 원칙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혹시 북한이 말한 것을 믿는다고 표현한 뒤 북한이 약속을 깨버릴 경우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기 위한 것은 아닐까.

김정은이 폼페오 美국무장관과의 비밀 면담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거듭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비쳤음에도 일부 국내 언론들은 북한 비핵화의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 곳곳에 산재한 핵개발 시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 핵기지, 북한 당국이 솔직하고 투명한 사전 신고를 할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세계에서 지금까지 파악한 북한 핵 관련시설로는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의 우라늄 광산, 평안북도 박천과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제련 공장,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그리고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평양 주변 방현 비행장 인근의 시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영변 핵시설은 건물 수만 400개 가까이 되는 거대한 시설이고 풍계리 핵실험장은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있어 사찰이 쉽지가 않다.  

과거 북한의 행태 또한 외부세계가 의심을 하는 이유다. 북한은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합의 이후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찰단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1992년 5월 신고한 보고서와 사찰단의 조사 결과가 달라 논란이 일었다. 북한은 IAEA 사찰단의 특별사찰 주장에 반발하며 NPT를 탈퇴했다. 이어진 북핵 위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때까지 이어졌다.

북한은 또한 2005년 9월 6자 회담에서 9.19 합의를 도출해낸 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에 6자 회담 참가국들이 강력히 압박하자 2007년 2월 2.13 합의를 다시 만들어 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이어 당시 한국 정부가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뒤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지면서 2007년 10.3 합의를 만들어 내며 문제가 풀리는가 싶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에 있는 냉각탑을 폭파했고, 이 장면을 외신에 공개했다. 그러나 이때도 북한은 IAEA가 요구하는 ‘특별사찰’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일본이 제공하기로 했던 석유를 주지 않으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이 같은 과거 행적 때문에 미국은 김정은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통해 ‘미래의 핵무기’는 없앴지만 과거부터 개발해 현재 갖고 있는 핵무기와 운반 수단은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를 계속 따지고 있다.

트럼프 美대통령과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SNS와 언론을 통해 북한의 과거와 현재 핵무기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를 물을 때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취해 미래의 핵무기만 붙잡고 있게 되면 美北정상회담으로 공이 넘어간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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