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 ‘노동신문’ 29일자 6면 미국 비난 글로 도배
  • 북한 어린이들의 게임. 美제국주의 타도가 주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어린이들의 게임. 美제국주의 타도가 주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던 북한 김정은 정권이 29일에는 다시 미국을 맹비난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 보도로 해이해질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기강을 다잡으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北선전매체 ‘노동신문’은 지난 29일자 신문 6면에서 “식민주의 허황성” “조선반도 평화 정세에 역행해 분별없이 날뛰는 세력” “6.25전쟁은 미제의 침략 전쟁” 등을 주장하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北‘노동신문’은 이날 “미국 식민주의의 허황성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글을 통해 “美지배층은 미국식 민주주주의가 세계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어야 할 보편성을 가진 민주주의라고 떠들어 대며 세계 제패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으며 오히려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지향과 요구를 짓밟는 가장 반동적이고 반인민적인 통치 체제이자 침략과 간섭의 도구”라고 주장했다.

    北‘노동신문’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자본가들의 이익만 대변하며, ‘진보적 정당’의 진출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에게는 정치적 권리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미국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거짓말로,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곤봉 세례를 받고 쇠고랑에 묶여 끌려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北‘노동신문’은 “한미디로 인권의 불모지, 자유의 폐허지대가 미국”이라며 “이런 곳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며 “미국 집권자들이 미국식 민주주의 보편화를 열심히 떠들어 대는 것은 저들의 패권 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北‘노동신문’은 “군사적 힘과 원조 등으로 미국식 민주주의를 강제이식해 다른 나라들을 손쉽게 지배와 예속의 손아귀에 틀어쥐려 한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을 예로 들며 “미국식 민주주의는 그 어느 나라에도 맞지 않으며 해만 끼친다”고 주장했다.

    北‘노동신문’은 이어 아프리카 국가들을 사례로 들며 “다당제를 실시하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자들이 불만을 품고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해 군사정변과 정권교체가 빈번히 일어나고 사회적 무질서, 혼란이 조성되었으며 내란이 터졌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폄하하고 자기네의 일당 독재 세습체제가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듯 주장했다.

    北‘노동신문’은 “긴장 완화에 역행하는 위험한 움직임”이라는 글에서는 주한미군이 최근 한국 내 미국인들을 본토로 후송하는 훈련을 가리켜 “미국이 조선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며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고 비난했다.

    北‘노동신문’은 “美군부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며칠 동안 실전적인 분위기에서 이런 훈련을 벌이며 분탕을 쳤다”면서 “미국의 민간인 소개 훈련은 전쟁 전야에만 볼 수 있는 위험한 움직임이며 매우 도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 北평양 시내에 붙은 반미 포스터들. 북한의 '반미'는 선대의 유훈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평양 시내에 붙은 반미 포스터들. 북한의 '반미'는 선대의 유훈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北‘노동신문’은 “남조선 인민들도 미국이 감행하는 민간인 소개 훈련을 위험한 침략전쟁 도발기도의 발로라고 단죄하며 그에 반대해 투쟁했다”면서 “이번 민간인 소개 훈련은 우리와의 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강행한 노골적인 적대 행위이자 북침전쟁 도발의 전주곡이며 한반도 긴장완화에 역행하는 위험천만한 움직임”이라고 맹비난했다.

    北‘노동신문’은 “지금 우리의 주도적 노력에 의해 남북 사이에 화해와 관계 개선의 좋은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커다란 전환을 일으키고 있는 때에 미국이 민간인 소개 훈련을 벌여 전쟁 기운을 고취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한반도 긴장 완화에 훼방을 놓는, 실로 고약하기 짝이 없는 망동”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北‘노동신문’은 끝으로 “우리의 국권, 인권을 유린해 온 만고죄악-한국전은 미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이라는 글을 통해 6.25전쟁이 미국의 침략 전쟁이라는 기존의 선전을 되풀이 했다.

    北‘노동신문’은 “우리나라를 세계제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극동 침략의 중요한 전략적 기지로 간주한 미제는 남조선 강점 첫날부터 전 조선을 집어삼키려고 38선에 진지를 구축하고 곳곳에 군사도로, 비행장, 군항 건설을 다그쳤다”는 거짓 주장을 폈다.

    北‘노동신문’은 미군정 체제 당시 미군이 일제 잔당과 함께 북침 준비를 했으며, 계획을 세운 뒤에는 38선에서 북한을 향해 빈번하게 도발을 감행했고, 그때마다 북한의 반격에 부딪혀 실패를 거듭했다는 허위 주장을 폈다.

    北‘노동신문’은 심지어 1950년 6월 24일 “미제와 남조선 당국은 전쟁 전야에 주말 휴식, 여행, 만찬회 등의 명목으로 고위급 인물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연극을 꾸몄다”면서 “미제의 침략 계획과 준비는 유례없이 면밀하게 작성되고 실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이 미국의 한 잡지에도 소개됐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불과 이틀 전 남북정상회담에서 “내가 핵무기를 쏠 사람으로 보이냐”던 김정은이 선전매체가 이런 주장을 펴도록 허락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서의 평화 분위기가 커진 것에 북한 주민들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하고 있다.

    김정은은 올초 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과 남북 상호 공연단 파견 등을 결정한 뒤에도 노동당 조직을 통해 주민들에게 “한국과 미국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교육을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례를 들며 北선전매체에서 나온 미국 비난 주장이 김정은의 속내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