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비핵화 해법에 시각차 노출…향후 외교 일정에 우려 목소리
  •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리비아식 해법에 "이미 그 논쟁은 지난간 것 아니냐"고 일축했다. 전날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 되는 발언으로, 한·미 양국 간 비핵화의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앞서 볼튼 보좌관은 현지시각으로 29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를 통해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결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노력의 본보기"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리비아식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리비아식 모델은 먼저 핵을 폐기한 뒤 이에 대한 보상은 나중에 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에 따라 북한이 핵을 먼저 폐기할 것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볼튼 보좌관은 지난 2004년에도 "리비아식 해법을 진행할 의지도 있지만 북한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의 이날 발언은 북핵 해법에 대해 미국과 시각차를 드러낸 발언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의 리비아식 발언에 대해 우리와 의견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시각은 지난달 28일 북·중 정상회담을 이후 생긴 변화로 보인다. 청와대는 당초 '고르디우스 매듭'등 일괄·포괄 타결 해법에 대한 언급을 여러 차례 내놓았으나,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후인 지난달 29일 "북한도 어찌 됐든 비핵화 단계에 따라 반대급부가 있어야 대화에 응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단계적 접근'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실제로 남북한은 지난 27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경제협력에 대해 이미 다방면으로 논의했다. 지난 10·4 선언에서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비핵화에 대해서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남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 해법에 거리감이 확인되면서, 다가올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시각차를 좁히는 일이 비핵화 논의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미정상회담 등 후속 논의를 유연하게 준비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 (한미 정상회담 일정 역시) 연동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판문점 선언 어디에도 북한이 검증가능하고 회복불가능한 핵폐기를 할 것이라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통해 "한마디로 북한에게 주는 약속은 구체적이고, 우리가 바라는 희망사항은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했다"며 "판문점 선언은 북한의 핵포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 선언문 가장 마지막에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