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우호적인 외신들 칭찬 일색…AP 통신 “핵 위기 해결방법은 도출 못해” 지적
  • ▲ 악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악수하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을 도출해 냈다. 국내외 언론들은 칭찬 일색이지만 북한 핵문제를 다뤄온 전문가와 美정치권 일각에서는 “알맹이는 어디 갔느냐”며 냉정하게 바라보는 반응을 보였다. 로버트 갈루치 前국무부 북핵 특사는 "판문점 선언 대로면 혹시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27일 국내 대다수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을 보도하며 “한국이 미래로 나아간다”거나 “새 역사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상상할 수 없던 장면” 등이라고 전하며, 마치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실행한 듯 보도했다.

    28일 현재까지 국내 언론들은 물론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 대부분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 외신 기자는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나온 음식들까지 설명하며 기자 자신이 매우 들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언론들이 이처럼 격찬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에 대한 내용은 3조 4항에 있는 대목뿐이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이 구절 가운데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전부다. 그리고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목을 강조하고 있어 안보 전문가들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美AP통신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은 한국 땅을 밟은 첫 북한 지도자”라며 “이번 회담은 평화를 위한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남북 양측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못했다”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원론적인 합의는 했지만 북한 핵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美AP통신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애매한 문구만 내놨다”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는 美北정상회담으로 넘기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 ▲ 27일 오후 회담 중 군사분계선 도보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27일 오후 회담 중 군사분계선 도보다리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정상회담 당일 27일과 28일, 일부 한국 언론은 “판문점 선언을 비판한 사람은 자유한국당 뿐”이라며 야당을 조롱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해외, 특히 미국에서 나온 반응은 ‘경계론’과 ‘북한 불신론’이 많았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8일 과거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전직 정부 관계자와 美의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데니스 와일더’ 前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판문점 선언이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좋은 문서이지만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어 미국은 이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데니스 와일더 前선임 보좌관은 “미국에게는 김정은이 실제로 핵무기를 폐기할 의지가 어느 정도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를 빨리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며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 ‘최종 합의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로버트 갈루치 前국무부 북핵 특사 또한 “이번 선언문(코뮤니케)는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비핵화를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매우 애매모호한 구절이 많다”면서 “군사적 행동과 관련해 도발 중단을 포함해 남북이 서로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일부 구절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어 진짜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로버트 갈루치 前특사는 또한 판문점 선언이 과거 남북 간 합의문 문구들이 인용되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은 美상하원 의원들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남북이 종전 선언을 약속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성급한 평가를 경계했다고 한다.

    美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긍정적인 발전이지만 외교 절차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남북이 합의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마키 의원은 “북한은 과거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어떤 무기와 개발 계획을 포함시키고, 어떻게 검증 받을 것이며, 그 보상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마르코 루비오 美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의 전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김정은은 북한 내부의 도전을 막기 위해 제재가 완화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므로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 ▲ 남북정상회담 결과 '판문점 선언'을 발표할 때 눈물을 훔치는 서훈 국정원장과 그 앞에서 웃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남북정상회담 결과 '판문점 선언'을 발표할 때 눈물을 훔치는 서훈 국정원장과 그 앞에서 웃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직 관료와 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6자 회담 차석대표를 맡았던 조셉 디트라니는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하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부분이 다자간 대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내놨고, 세바스찬 고르카 前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번 회담은 정말 믿기 어려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면서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난 65년 동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반도 평화 정착 가능성을 만들어 냈가”고 주장했다고 한다.

    테드 리우 美하원의원(민주)은 트위터를 통해 “남북 지도자들이 생산적인 만남을 가져 기쁘다”면서 “이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긴 여정의 첫 단계”라고 평가했고, 조 코트니 美하원의원(민주) 또한 트위터에 “한반도에서 이뤄진 발전이 고무적”이라며 “앞으로 세부적 사항들이 해결돼야 하지만 극단적인 발언과 위협에서 물러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단 베이커 美하원의원(공화)은 트위터에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남북 합의는 희망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간 평화를 위한 진전을 만드는 데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단 베이커 의원은 다만 북한의 과거 행태로 볼 때 북한과의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세바스찬 고르카 前NSC 부보좌관도 이 같은 경계론을 주장했다고 한다.

    28일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한국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5월 1일부터 대북전단 살포와 같은 적대 행위를 중단한다”는 등 판문점 선언에 있는 문구와 그 속에 숨은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평가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