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신청 줄줄이 기각한 검찰, 현장 한 번 안가고 선관위 수사의뢰 묵살영장 기각했다고 내용 모두 공개한 경찰, 수사 계획 사실상 노출
  •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책임 떠넘기기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은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을 말 그대로 뭉갰다. 지난해 대선 직전 선관위가 구체적인 불법선거운동 정황을 파악하고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검찰은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 한 번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수습기자의 절도사건 수사를 위해 방송사 압색까지 단행한 검찰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검찰이 얼마나 수사를 부실하게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검찰의 행태를 보면 수사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검찰 관계자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와서 보면 잘못된 수사”라고 헸을까. 선관위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아지트로 삼아,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선관위는 출판사 직원들의 방해로 현장조사에 실패하자, 그 실체를 밝혀줄 것을 검찰에 요구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압색 한 번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한 검찰의 행태는, 차기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드루킹 게이트의 몸통이란 의심을 받는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김 의원 전 보좌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검찰이 대부분 기각한 사실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공범여부를 확인하는데 있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폰에 대한 대물 영장을 기각한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경찰의 태도 역시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검찰이 영장을 기각했다”며, 자신들이 신청한 압수수색 항목과 검찰이 기각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통신과 계좌내역 조회, 휴대폰 및 주거지, 사무실에 대한 영장 신청 사실은, 그 자체로 수사기밀사항이다. 이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건, 사건 관계자에게 수사에 대비할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경찰은 범죄 혐의자의 신병과 범죄사실을 한 달 전에 파악하고도, 언론이 사건을 보도할 때까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의 ‘뒷북 수사’로 드루킹 일당의 여죄 규명은 사실상 실기(失期)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의 여론 조작 의혹 진상규명도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자료를 보강해 김경수 의원과 김 의원 전 보좌관 A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이 무엇을 집중적으로 살필지 ‘수사 계획’이 노출된 상태에서 영장이 집행된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검경의 이상한 행보를 수사권 조정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수사권 독립, 영장청구권과 수사종결권 행사 주체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검찰과 경찰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실 수사’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하다. 뺏으려는 자(경찰)와 지키려는 자(검찰) 사이의 대립이 수사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경이 영장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사이, 드루킹 게이트의 공범 유무와 자금흐름, 정권 핵심실세의 연루 여부 등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사는, 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증거가 모두 훼손되고 관련 인물이 입을 맞춘 뒤 시작되는 특검은 소리만 요란할 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