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정부 발표대로 보도해야” 보도통제 논란

방송통신심의위, 26일 ‘정상회담 취재·보도 유의사항’ 발표 “오보 예방 특별 감시”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4.27 10:15:00
▲ 판문점 회의장을 넘어온 김정은과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 27일 현재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하고 있다. ⓒKBS 유튜브 생중계 채널 캡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정부가 ‘보도지침’ 같은 가이드라인을 언론사에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5공화국 때 사전 검열을 하는 것 같다”고 비난하고 있다.

‘PD저널’,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송심의위)가 지난 26일 배포한 ‘남북정상회담 취재·보도 유의사항’을 각 방송사들에게 배포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조선일보’와 ‘PD저널’ 등에 따르면, 방송심의위는 배포한 유의사항을 통해 “객관적 보도를 위해서는 구체적 자료에 근거한 ‘정보 중심의 보도’가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국가 기관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한 보도를 지향하고, 제3자가 제공한 자료를 쓸 때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단독 보도 등을 목적으로 신원이 불분명한 제3자(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 진위 확인이 불명확한 자료 사용, 추측성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방송사 입장에서 이런 권고는 정부의 공식 발표대로 보도하는 게 좋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방송심의위는 각 방송사들이 자료 화면을 쓸 때도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서는 촬영화면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부득이 하게 자료화면을 쓸 때는 ‘화면설명 자막’을 삽입해 시청자들의 혼란을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방송심의위는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행사는 제한된 취재 환경이어서 오보 가능성이 높고 잘못된 내용이 방송될 경우 큰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며 “오보가 발생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정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방송심의위는 권고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취재·보도와 관련해 특별 모니터링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 제14조 객관성, 제15조 출처 명시, 제17조 오보 정정을 중심으로 국내 방송사들의 남북정상회담 보도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판문점 평화의 집 방명록을 쓰는 김정은과 옆에 선 문재인 대통령. ⓒYTN 남북정상회담 특별보도 화면캡쳐.
방송심의위는 이 같은 권고와 특별 모니터링 실시 이유를 취재 열기 과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방송심의위는 “언론사들이 특집방송 체제에 돌입하는 등 남북정상회담 관련 취재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면서 “일명 ‘드루킹 사건’ 보도 과정에서 연이어 발생한 오보 논란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 보도 역시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방송심의위가 방송사들에게 권고한 내용은 일견 맞는 말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권고가 방송심의규정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방송심의규정 제4조 심의방법에는 “방송심의위는 방송이 된 이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5조 심의 기본 원칙은 “방송매체와 방송채널별 창의성, 자율성, 독립성을 존중해야 하고, 심의를 할 때는 방송매체와 채널별 전문성과 다양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며, 심의규정을 해석·적용할 때는 사회통념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방송심의위는 각 방송사들이 기사를 보도하기 전에는 ‘심의’를 비롯한 통제를 해서는 안 되며, 각 방송사의 보도 내용이나 논조가 사회통념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함부로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방송사 일각에서는 “정부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보도 통제를 하려는 것이냐” “무슨 5공화국 때로 회귀하는 거냐”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주요 방송사들이 방송심의위의 권고대로 남북정상회담을 보도한다면, 이곳에서 나온 다양한 소식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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