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警, 언론자유 침해 행위 즉각 중단해야"
  • ▲ 경기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25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TV조선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다 TV조선 기자들과 격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 TV조선 제공
    ▲ 경기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25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TV조선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다 TV조선 기자들과 격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 TV조선 제공
    전날 경찰이 TV조선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시도하다 기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수하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가 26일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명백한 '언론 탄압'으로 간주하는 규탄 성명을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25일 있었던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TV조선 기자들과의 대치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기자협회는 공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경찰이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려는 시도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는 "TV조선 수습기자가 드루킹 사건 취재과정에서 느릅나무 출판사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허락없이 태블릿PC와 USB 저장장치 등을 가져간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라고 전제한 뒤 "이에 TV조선 기자와 소속 언론사는 취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수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는 저간의 사정을 밝혔다.

    아울러 ▲TV조선 기자는 출판사에서 가지고 나온 USB 저장장치와 태블릿PC 등은 이미 되돌려 놓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제출했으며 ▲경찰도 해당 기자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힌 한국기자협회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 경찰이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려고 했던 것은 무리한 시도이자 불필요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경찰이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빼낸 태블릿PC 등 기기에서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면, 이는 태블릿PC의 사용기록이나 이미 확보한 TV조선 기자의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분석하면 될 일"이라며 "이같은 경찰의 행위는 현 정부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언론의 드루킹 사건 관련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파워블로거 '드루킹(본명 김동원·48)'의 댓글 여론조작 아지트로 사용됐던 느릅나무 출판사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파주경찰서는 25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TV조선 사옥으로 수사관 10여명을 급파, 건물 진입을 시도했으나 70~80여명의 기자들이 맨몸으로 막아 서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TV조선을 대표해 경찰과 대치한 이재홍 사회부장은 "사건 현장과도 무관하고 해당 기자의 자리도 없는 TV조선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는 경찰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당한 영장 집행 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 부장은 "한 건물에 있는 TV조선과 조선미디어그룹은 지금껏 어떤 시련에도 사정당국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다"며 "이번 사건을 명분 삼아 언론을 탄압·사찰하고 명예를 실축시키려는 경찰의 행위는 언론 탄압의 부끄러운 전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 ▲ 지난 25일 오후 TV조선 기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TV조선 본사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TV조선 제공
    ▲ 지난 25일 오후 TV조선 기자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TV조선 본사 사옥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TV조선 제공
    警, 드루킹 출판사 무단침입 기자 불구속 입건

    한편 경기 파주경찰서는 출판사 '느릅나무'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태블릿PC 등을 가져갔던 TV조선 소속 기자 A씨를 25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0시경 파주시 문발동 소재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실내인테리어업자 경OO(48·XX이앤씨 대표)씨와 함께 침입해 태블릿PC와 USB, 휴대전화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진행된 경찰 진술 조사에서 "이날 경씨와 함께 출입문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가, 2층 사무실 내부를 180여장 정도 촬영해 TV조선 기자들이 사용하는 SNS 단체 대화방에 전송하고, 책상서랍 등에서 발견한 태블릿PC, USB메모리, 휴대전화를 갖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취재 욕심에 해당 물건들을 들고 나왔다"고 진술한 A씨는 "오전 9시경 다시 해당 사무실에 들어가 훔쳐갔던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놨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무실을 무단 침입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3층에 입주하고 있는 경씨가 건물관리인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알고 경씨의 제안에 따라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경씨는 "A씨가 먼저 사무실에 들어가보자고 제안했고, A씨가 사무실 출입문을 열어줘 들어갔던 것"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경찰에 따르면 경씨는 이날 A씨와 함께 느릅나무 사무실에 들어가 보안키를 훔친 뒤 이후 2차례 더 사무실에 무단 침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씨는 지난 21일 오전 8시 29분경 세 번째로 해당 사무실에 침입해 양주 2병과 라면, 양말 등을 훔쳐 나오다 신고자를 폭행한 혐의(준강도)로 구속됐다.
  • ▲ 경기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25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TV조선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다 TV조선 기자들과 격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 TV조선 제공
    ▲ 경기 파주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25일 오후 8시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TV조선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다 TV조선 기자들과 격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 TV조선 제공
    다음은 26일 한국기자협회가 배포한 공식 성명 전문.

    경찰은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중단하라.

    경찰이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려는 시도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다. 25일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TV조선 기자들과 대치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국기자협회는 공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TV조선 수습기자가 드루킹 사건 취재과정에서 느릅나무 출판사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허락없이 태블릿PC와 USB 저장장치 등을 가져간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다.

    이에 TV조선 기자와 소속 언론사는 취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수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아울러 TV조선 기자는 출판사에서 가지고 나온 USB 저장장치와 태블릿PC 등은 이미 되돌려 놓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제출했다. 경찰도 해당 기자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빼낸 태블릿PC 등 기기에서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면, 이는 태블릿PC의 사용기록이나 이미 확보한 TV조선 기자의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분석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TV조선 보도본부를 압수수색하려고 했다. 무리한 시도이고, 불필요한 행위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는 현 정부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언론의 드루킹 사건 관련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경찰의 이번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 행위로 분명히 규정한다. TV조선 보도본부 압수수색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 2018년 4월 26일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