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가족협의회 기자회견...“10만 납북자, 생사만이라도 확인을”
  • ▲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는 25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는 25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피해 문제를 공식 의제화 해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아버지, 동생과 38선을 넘어 남(南)으로 내려왔던 날은 남한 총선거가 실시됐던 1948년 5월 10일...1950년 6월25일 전쟁이 발발하고 서울이 함락된 지 3개월 후, 유엔군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던 9월의 어느 날 저녁 인민군들이 집집마다 들이닥쳐 남자들을 소집했다...그 당시 내 나이 만 14세, 그 뒤로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 최창림 이사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 뒤 진행될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전쟁 국군포로 및 납북피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예정된 판문점 회담은 DJ, 노무현 정부에 이어 역대 3번째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이다. 그동안 한국전쟁 국군포로 및 납북피해자 가족들은 숱하게 해당 문제를 회담 안건으로 상정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으나, 이때마다 정부는 고개를 돌렸다. 사정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이들 가족의 절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납북자는 대략 10만명. 그러나 휴전 후 70년에 달하는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납북피해가족들은 "무슨 이유로 이토록 오랫동안 이 문제가 역사 속에 묻혀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제발 북녘에 있는 가족의 생사확인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정부의 진정어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 25일 오후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25일 오후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피해 문제를 공식 의제화하라"고 촉구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종전협정? 납북문제 해결이 선결조건 

    ‘6.25전쟁 납북인사 가족협의회’(이하 가족회)는 25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피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상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회의 기자회견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가족회는 약 3주 전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과 정부청사 후문 등 2곳에서 '전쟁납북자 공식 의제화 촉구'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왔다. 

    가족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계속 평화체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와 종전을 말하려면 전쟁납북피해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며, "납북자 문제의 해결 없는 평화와 종전 선언은 거짓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 조명균 장관께 이 문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통일부로부터 '구체적 의제는 논의 중에 있다'는 회신을 받았으나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가족회는 이날 다시 한 번 정부의 관심을 호소했다. 

    “전쟁 납북자 생사를 확인하고, 돌아가셨다면 유해를, 살아계시다면 의사에 따라 송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은 참으로 단순한 것인데, 무슨 이유로 이토록 오랫동안 이 문제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있어야 하는지 너무나 참담하다.”

  • ▲ 납북피해가족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물망초 배지.ⓒ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납북피해가족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물망초 배지.ⓒ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6.25납북자 정부 공식 통계 9만6천여명...“정부, 북한의 거짓 평화 공세에 속지 말아야” 

    가족회는 '남북평화 메시지'의 허구성을 꼬집기도 했다.

    가족회는 호소문에서 “남북 평화협정은 30여 년 전부터 한국 내 친북 운동권 사이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는 이야기”라며, “평화라는 말이 언제나 기만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회에 따르면, 우리정부가 6.25전쟁 중 작성하기 시작한 5종의 납북자 명부에는 총 9만 6,013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들 가운데 88.2%에 달하는 8만4,659명이 전쟁 발발 석 달 만에 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98.9%에 달하는 9만3,938명이 대부분 16세~35세 사이의 남성이었다.

    북한의 우리 국민 납북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는 더 있다. 

    6.25전쟁 당시 한반도에 주둔했던 미 후방기지사령부는 ‘한국전쟁 범죄 사례’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자료를 보면 1950년 10월 8일~10일 사이 개성과 서울 지역 공무원 1,800~2,000여명이 대동강 인근 기암리 북서쪽 일대에서 학살된 정황이 기록돼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2006년 9월 5일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우리 공화국에서 애당초 '랍북자'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文정부 향한 불신...“오죽하면 미국 정부에 부탁하겠나”

    이미일 가족회 회장은 "제 아버지는 1950년 9월 4일 북한 정치보위부원에 의해 납북된 후 지금껏 소식조차 모르고 있다"며, "68년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소식만이라도 듣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저를 비롯해 납북 피해가족은 10만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북한의 민간인 납북은 일본인 납북피해가 발생하기 훨씬 전이 한국전쟁 도발 직후부터 시작됐다"며, "우리정부가 지난해 작성한 '한국전쟁 납북피해 진상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김일성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자 전쟁 도발 후 3개월간 집중적으로 남한 지도자와 지식인을 조직적으로 납북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일 회장은 납북문제를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면서, 미북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공식 안건으로 채택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DJ, 노무현 정부와 너무나 닮아 있다. 대북 화해정책을 채택한 문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의 공존을 바라는 망상에 사로잡혀있다. 문 정부의 처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북정상회담에서 일본납북자 문제와 함께 10만 한국전쟁 납북자 문제도 거론해 줄 것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께 간곡히 청원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전쟁 납북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11년 12월 하원 의회에서 ▲북한은 10만명 이상의 남한 민간인을 납치한 사실을 시인하고 납북자 상황을 공개할 것 ▲제네바 협약에 근거한 국제인도법에 따라 즉시 납북자 송환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녀는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서한을 전달할 수 있는 정확한 루트를 찾고 있다”며, “루트가 확보되는 대로 당장 오늘이라도 공식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