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화통화서 아베 총리 요청 수용…의제 폭 넓어지나
  •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요청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때도 아베 총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주변국과 상호 협조해야한다는 점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보이지만, 현재 남북간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 다뤄야 할 의제가 늘어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제기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오늘 오후 4시부터 4시40분까지 40분 동안 전화통화로 최근의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기회가 닿는대로 북쪽에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며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할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고 납치된 사람들이 일본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에도 문재인 대통령에 남북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통화 역시 아베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국의 북한과 대화 계기에 납북자 문제를 함께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아베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일본을 빠뜨리고 어떻게 하겠느냐"며 "상호협조하는 정신에서 일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저희가 앞장서는 것"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일북 수교라는 표현은 안썼지만 관계정상화·과거청산 등 상당히 구체적인 표현 쓴 것은 진일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의제가 늘어나 논의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북핵문제 등 당사자 간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데, 북한이 민감해하는 제3국의 사안을 '민원제기'하는 것이 자칫 회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그럴 정도로 리스크가 있거나 하지는 않아보인다"며 "비핵화와는 별도의 논의로, 평화정착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아베 총리의 요청을) 정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은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이고 일본과 북한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아베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은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라며 "그럴 경우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과거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두번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의미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를 전제로 일본과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