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면치 못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압도적 차이로 경선 통과…文心 한계 보였다는 시각
  • ▲ 지난 대선 당시 개표방송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포옹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옆의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지난 대선 당시 개표방송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포옹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옆의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지난 2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각각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로 확정됐다. 어느 후보도 과반 득표에 성공하지 못해 결선까지 치러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과 달리, 두 후보가 비교적 가벼운 승리를 거두고 본선에 진출했다. 

    이는 당초 서울시·경기도 민주당 경선이 친문(親文)과 비문(非文) 후보간의 치열한 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소위 비문 후보로 분류되던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전 시장이 친문 성향의 후보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깬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문심(文心,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더 이상 일반 여론은 물론 민주당 당원 사이에서 소위 '보증 수표'가 아님이 입증됐다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경선의 경우 박원순 시장의 경선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차기 대권 구도를 염두에 뒀을 때 박 시장의 3선 성공은 친문 진영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친문 세력의 박 시장에 대한 강력한 견제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우상호 의원이 이른바 '전대협 라인'이라는 점은 이 같은 해석에 더 무게를 실어줬다. 사실상 청와대 2인자 평을 듣고 있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같은 전대협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상호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대거 흡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경선 결과는 의외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66.26%의 득표율을 얻은 가운데, 심지어 같은 비문으로 분류됐던 박영선 의원이 19.59%를 얻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박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압도적인 승리는 이번 서울시 민주당 경선에서 문심(文心)이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경우는 더욱 그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복심으로 평가되는 소위 '3철' 중 하나인 전해철 의원은 일찌감치 문심(文心)을 등에 업은 강력한 후보로 부각됐다. 

    따라서 인지도 면에서 더 우위에 있는 이재명 전 시장이 여론조사에서는 앞서더라도, 민주당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전해철 의원한테 뒤쳐질 것이라는 시각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재명 전 시장이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49.38%의 득표율을 얻어, 전해철 의원(46.85%)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두배 가까이 높은 지지를 받은 이재명 전 시장이 민주당원 표심에서도 승리를 거둔 점은 민주당 내에서도 적잖은 충격을 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비문 후보들이 가벼운 승리를 거둠에 따라 그 원인과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물론 광역단체장 선거 자체가 인물선거의 성격이 강한만큼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전 시장의 후보 경쟁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더 정치적으로 가까운 후보들이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상당 부분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경기도 민주당 경선 결과가 문심(文心)의 한계를 입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게이트' 사건이 상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키워 비문 후보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가운데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지나친 진문(眞文, 진짜 문재인 대통령 사람) 마케팅이 가져온 역효과라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전 시장이 본선에서 얼마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표심으로 연결시킬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경선에서 다른 경선 후보들과 적잖은 상처를 입히고 입은 가운데, 자칫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전통 지지층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전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문재인 지지층에 구애를 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