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관계자 신상, 사실상 무제한 공개된 사례 있어 검경 수사의지 있다면, 공개 결정해야
  •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파워블로거 드루킹이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했음을 보여주는 사진(본지 2017년 3월31일 단독 촬영)이 공개되면서, 드루킹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가 촬영한 문제의 사진을 보면, 드루킹은 지난해 3월31일 부산 연제구 부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역 대선후보 선출대회 현장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인터넷 카페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회원들과 함께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당시 드루킹은 한쪽 귀에 이어마이크를 끼고, 마치 현장을 지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경인선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홍보물을 흔들며 일사 분란한 군무(群舞)를 선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드루킹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김경수 의원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실이나 그가 10.4 선언 기념식 앞줄에 민주당 핵심인사들과 함께 자리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라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드루킹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뒷북 수사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수사가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드루킹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찰의 뒷북 수사로 증거가 상당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범죄 혐의에 대한 증명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드루킹의 신상을 공개하고, 광범위한 제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 드루킹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그의 나이와 과거 직업 정도다. 그의 이력은 경찰이 언론에 공개한 내용과, 드루킹이 펴낸 증권 서적의 프로필을 통해 일부 밝혀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그의 현재 직업이나, 자금원, 그가 민주당과 관련돼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가 이끈 또 다른 인터넷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정체 역시 수수께끼다. 경공모는 온오프라인 강연을 개최하면서 참가비를 받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누와 죽염, 파키스탄산 원당 등을 판매하면서 상당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서 흘러들어갔는지는 이 사건 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사안이다. 경기 파주에 유령출판사를 설립한 경위나 그곳에서 무슨 활동을 벌이고 누구를 만났는지도 규명해야 할 중요 현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경찰은 드루킹의 신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맞다.

  • 알권리 측면에서도 드루킹의 신상 공개는 정당성을 갖는다. 이 사건으로 국회가 공전되고, 야3당이 공조해 드루킹 게이트 특검 수사법안을 제출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라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드루킹의 혐의가 범죄자 신상공개를 규정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해당되지 않아 법령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과거 각종 게이트 사건 관계자들의 실명과 신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례는 많다.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의 실명은 사실상 무제한 공개됐다. 한 달 넘게 사건 공개를 꺼리다가 수사 축소·은폐 의혹까지 받는 경찰이,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을 요구할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이 사건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