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론자조차 김정은 발언은 핵개발 완료 의미지 비핵화 아니라 지적
  • ▲ 2017년 10월 방한해 천해성 통일부 장관과 만나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 힐 前차관보는 이때도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일부 제공.
    ▲ 2017년 10월 방한해 천해성 통일부 장관과 만나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 힐 前차관보는 이때도 남북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일부 제공.
    지난 21일 北선전매체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결과를 전한 뒤 한국 정부와 언론들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번 조치가 비핵화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빅터 차 美조지타운大 석좌교수는 美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국의 일부 학자와 언론들은 “빅터 차가 원래 대북 강경파이므로 그런 해석을 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같은 날 6자 회담에도 참여했고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전문가 또한 유사한 평가를 내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1일 크리스토퍼 힐 前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힐 前차관보는 김정은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힐 前차관보는 “김정은의 조치가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발언을 보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이유로 핵무기 완성을 들었다”면서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없다는 주장이지 정치적 결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힐 前차관보는 이어 “김정은이 포기하겠다는 풍계리 핵실험장은 6번의 핵실험으로 이미 노후화된 곳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험장 갱도 일부가 이미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면서 “때문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너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힐 前차관보는 “김정은의 발표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마치 북한 핵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열망을 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힐 前차관보는 “김정은의 이번 발표를 비핵화로 평가하기에는 시기 상조”라면서 “다만 아주 중요한 점은 회담 전에 더 많은 실무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오 美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북한에 보낸 것과 같은 접촉을 통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힐 前차관보는 또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떻게 검증하고, 핵물질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결정, 그리고 관련 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 비핵화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힐 前차관보는 美北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아직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美대통령은 김정은의 이번 발표가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6자 회담을 이끌면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실현해내려 했던 힐 前차관보조차도 김정은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비핵화' 조치로 보지 않고 있었다.

    이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나오는 평가다.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완성했으므로 더 이상의 개발 시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