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영남경선 현장 나타나 '경인선' 지휘
  • ▲ 민주당원 댓글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트위터 계정. ⓒ 드루킹 트위터 캡처
    ▲ 민주당원 댓글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트위터 계정. ⓒ 드루킹 트위터 캡처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로 정국이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필명 드루킹으로 알려진 김OO(49·구속)씨가 사조직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을 동원해 인터넷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르거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 방법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김씨가 친여권 성향의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하거나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의 불길이 점점 여권 핵심 세력으로 옮겨 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파문이 커지면서 김씨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거나 접점이 있었던 정치권 인사들이 모조리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나, 정작 김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언론에도 '파워블로거'나 출판사 '느릅나무' 설립자 정도로만 소개되고 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씨는 명지대를 나와 대기업 D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얘기가 있으나 확실치 않다. 본명은 김OO. 페이스북에서는 'Sj KIM'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한다. 2000년대 초중반 친노 커뮤니티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에서 '쁘띠'라는 닉네임으로 꽤 유명세를 탔던 '논객'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아이디를 '드루킹(드루이드의 왕)'으로 바꾼 김씨는 최근까지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 '드루킹의 자료창고',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 '우경수(우윳빛깔 김경수)' · '세이맘(세상을 이끄는 맘들)' 등을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에 관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 ▲ 민주당원 댓글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트위터 계정. ⓒ 드루킹 트위터 캡처
    키는 170cm 정도로 추정되며 갈색 뿔테 안경을 트레이드 마크처럼 착용하고 있다. 염색을 거의 하지 않아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자신의 본명조차 숨긴 채 오프라인 위주로 활동을 해온 탓에 정치권에서도 '드루킹' 김씨의 얼굴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10월 3일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행사' 내외빈을 촬영한 영상에 유시민 전 장관,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과 함께 포착된 김씨의 모습이 지금까지 공개된 김씨의 유일한 모습이었다.

    2016년 1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출판사 '느릅나무'를 설립하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그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나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던 와중 2017년 3월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기도 파주에 불법 선거사무소가 개설돼 운영 중이라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검찰에 '드루킹'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2017년 3월 31일 부산 연제구 부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역 대선후보 선출대회 현장에 김씨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뉴데일리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는 투표결과 발표 직후 연단에서 내려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문 후보에게 객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이 '더 준비된 문재인3'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열화와 같은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 ▲ 민주당원 댓글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트위터 계정. ⓒ 드루킹 트위터 캡처
    이때 뉴데일리 취재진의 시선을 잡아 끈 건 '재벌적폐청산 문재인'이라고 쓰여진 청색 수건을 들고 일사불란하게 응원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문재인을 연호하는 지지자들과는 달리, 이들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같은해 4월 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마지막 순회경선 현장에도 이들은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문재인 대선 후보를 감동시켰다.

    이들은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블로거들이었다. 동명 블로그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상당수가 인터넷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이기도 했다. 이들의 수장은 '드루킹' 김OO씨였다. 4월 3일 순회경선 현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수차례 "경인선에 가야한다"고 외쳤을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이날 고척돔 현장을 찍은 동영상엔 나오지 않았지만, 3월 31일 부산실내체육관에선 '이어 마이크'를 끼고 현장을 지휘하는 김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 위로 수건을 들고 있는 회원들과는 달리, 가슴 아래로 수건을 들고 있었던 탓에 누군가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고 있는 김씨의 모습이 선명하게 잡혔다.
  • ▲ 민주당원 댓글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트위터 계정. ⓒ 드루킹 트위터 캡처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

    [사진 출처 = 드루킹 트위터 / 채널A 방송 화면 캡처 /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