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언론계 원로들 모여 '미디어연대' 출범...'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을 우려한다' 토론회김구 선생 등 임정요인들, 2차 대전 후 환국하면서 ‘건국’ 염원하는 글 남겨
  • 학계와 언론계 원로들이 만든 시민단체 미디어연대가 20일 출범식 및 기념 학술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학계와 언론계 원로들이 만든 시민단체 미디어연대가 20일 출범식 및 기념 학술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학계·언론계 원로들이,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과정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재조명할 목적으로 시민단체 ‘미디어연대’를 창립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유아카데미에서 열린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대안을 모색했다.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을 우려한다'는 이름이 붙은 기념토론회에는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 황우섭 전 KBS 공영노조 초대위원장,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이석우 자유한국당 디지털위원장,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심원택 전 여수MBC사장은 "과거에는 언론인들이 나라를 지켜왔는데 요즘 언론인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자유대한민국을 건설한 진영을 향해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북한체제가 소련의 군정 지배를 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왜 단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언론의 전성시대라 불리는 오늘, 수많은 언론인들은 '권력의 감시자'라는 본질을 내팽개친 채 권력에 기생하는 패거리로 전락했다"며 "미디어연대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불순한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굳게 지키고, 헌법적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은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살았다는 것이 너무도 참담하고 손주들 앞에서, 또 피땀으로 이 나라를 만든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앞으로 이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힌다. 그래도 뜻이 있으면 솟아날 구멍 있다고, 지금이라도 못할 것은 없다. 공산주의자들이 선전 선동에 능수능란했듯 현재 불순한 세력들이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디어연대'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이인호 전 KBS 이사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미디어연대'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이인호 전 KBS 이사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919년 건국설은 명백한 오류, 교과서에서 의도적으로 대한민국 정통성 지워

    이날 토론회는 서정우 연세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정경희 영산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각각 맡았으며, 각 소주제 발제자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최영재 더자유일보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정경희 교수는 △대한민국 1919년 건국 논란 △남한과 북한, 누가 먼저 정부를 수립했는가 △유엔의 대한민국 정부 승인의 중요성 등 크게 3가지 논점을 짚었다. 

    그는 먼저 소련이 북한에 진주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뒤 대한민국 1919년 건국설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 교수는 "태평양 전쟁 발발 후 연합군은 소련의 가입을 재촉했으나 소련은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뒤인 1945년 8월 8일에서야 참전해 겨우 6일 동안 일본과 싸우고 전승국이 됐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3년 8개월간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셈"이라며 "그런데 1919년에 나라가 세워졌다면 1945년 8월 열린 일본의 항복문서 조인식에 왜 대한민국 대표가 없었느냐"고 되물었다.

    정경희 교수는 "항간에서 이승만 정부가 친일내각이라는 오도를 일삼지만, 오히려 우리 초대 내각은 광복군 참모장 등을 지낸 항일운동가가 대부분이었다"며, "반면 북한 김일성 내각은 일제 헌병보조원 등으로 구성된 명백한 친일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정 교수는 '유엔의 대한민국 승인(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 정부)'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국사교과서에 해당 내용이 왜곡 기술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린스턴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정부 승인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었다"며 "1948년 9월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소련의 훼방을 끝내 이겨내고 유엔의 승인을 받아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소련의 유엔대표로 총회에 참석했던 비신스키는 "미국 제국주의와 이승만의 개가 앉아있다"며 노골적으로 한국 대표단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한국 대표 조병옥 박사가 "스탈린의 개가 짖고 있다"며 맞받아친 일화는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의 대한민국 승인 사실을 아예 교과서에서 빼버렸다. 그러나 이는 유엔군의 6.25 참전 근거가 되는 매우 중요한 사실."

  •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을 우려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규형 명지대 교수.ⓒ뉴데일리 임혜진
    ▲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을 우려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규형 명지대 교수.ⓒ뉴데일리 임혜진

    '1948 건국' 인정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친일파인가?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사료를 근거로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19년으로 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강규형 교수는 "1949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는 '독립 1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는데, 그 해 4대 국경일인 3.1절, 헌법공포기념일, 독립기념일, 개천절 중에 헌법공포기념일을 '제헌절'로 바꾸고 독립기념일을 '광복절'로 바꾸는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독립기념일이 광복절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에 대한 그의 설명. 

    "1950년 8월 15일 '제2회 광복절 기념식'이 거행됐다. 이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건국'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정부와 언론 국민들은 1948년 8월 15일 나라가 건국된 것으로 인식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식민통치를 벗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후 미군정이 3년 간 시행됐고 해당 기간동안 남북한은 국가와 정부 수립을 위한 과정이었다.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가진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탄생은 1948년 8월 15일이 맞다." 

    그는 "가령 1919년에 진정한 건국이 됐다면 이후 펼쳐진 독립운동의 존재와 의미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1941년 11월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발표하며 새 나라의 건국을 위한 청사진을 밝힌다. 1945년 11월에는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을 앞두고 '건국필성', '화평건국'이라는 글자를 써서 진정한 건국을 염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글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자료는 현재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1919~1945(한울)'이라는 자료집에 수록돼있다.

    강 교수는 "1948년 건국을 언급한다고 해서 친일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김대중 대통령 역시 1998년 '건국 50주년' 기념식을 거행한 바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적 있다. 그렇다면 이들 역시 '반헌법적' 발언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유아카데미에서 '미디어연대' 창립 기념식 및 토론회가 개최됐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유아카데미에서 '미디어연대' 창립 기념식 및 토론회가 개최됐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표 헌법개정안은 사회주의에 가까워

    대통령 개헌안의 문제점을 분석한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2018년 3월 26일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명의의 헌법 개정안을 보면 대한민국의 체제가치인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큰 조항들이 들어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제 교수는 "문재인표 개헌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 권리의 주체성을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이 개헌안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 지구상 60억 인구를 포괄하는 모든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한다는 헌법 상의 의무를 지게 된다"고 했다. '지방분권', '토지공개념 도입' 등 논란과 관련해서는 "북한과의 연방제 창설을 위한 기반 마련 차원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최영재 더자유일보 편집국장은 '좌경화된 한국 586언론인들의 이념전통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언론의 좌편향성을 살폈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계기로, 국내 언론의 지형이 변화된 사실에 주목했다. 최 국장은 언론 지형 변화의 가장 큰 이유로 '민주노총과 언론노조'를 꼽았다. 국내 최대의 노조연합인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사실상 한국 언론을 장악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최영재 국장은 "언론노조는 자체 규약에 정치기금을 조성하는 등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정치단체라고 봐야 한다"며 "조합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노조 지시를 따르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대 대학언론 출신들이 '스탈린주의 언론관'과 '주체사상 언론관'을 구현하며 한국 언론계에 침투해 핵심으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언론사 시험에 낙방한 이들이 언론시민단체를 결성해 언론노조를 후방지원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끝으로 최 국장은 "이런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30년 전 좌파가 그랬듯 자유민주 이념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진영의 대안언론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