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처음 들어보는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제안이라 탈북자들도 경계”
  • 2017년 8월 北선전매체에 출연해 재입북의 좋은 점을 주장하는 임지현(본명 전혜성) 씨. 그 또한 북한의 유혹에 빠져 재입북했을 수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2017년 8월 北선전매체에 출연해 재입북의 좋은 점을 주장하는 임지현(본명 전혜성) 씨. 그 또한 북한의 유혹에 빠져 재입북했을 수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김정은 정권이 이제는 탈북자들의 가족 상봉으로 외화벌이를 하려는 걸까. 최근 北국가보위부 요원들이 한국 또는 해외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연락해 “가족들과 만나게 해줄 테니 알선료를 내라”고 제안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19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중국 거주 북한 소식통은 “최근 일부 北보위부 요원들이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과 만날 기회를 제공해주겠다며 최대 20만 달러(한화 약 2억 1,3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은 상호 합의만 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중국에 데리고 나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면서 “20만 달러만 알선료로 내면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북한에 남은 가족들과 상봉할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보위부 요원들은 이런 제안을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들에게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안팎에서 활동하는 보위부 요원들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매우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제안”이라며 “탈북자들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의 제안을 듣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경계를 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에게 연락해 “북한에 남은 가족과 만나게 해주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는 이유로 김정은 정권이 이들에게 요구한 ‘충성자금 과제’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정은이 외화벌이를 해오라고 지시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국가보위부 특성 때문에 이제는 탈북자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상봉까지도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대부분의 탈북자 가족들은 오랫동안 못 본 가족들과의 상봉을 간절히 원하지만 국가보위성이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커 탈북자들에게 연락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또한 일반 주민들은 국가보위성의 제안에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지금은 돈만 주면 탈북자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제3국에서 상봉시켜줄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만날 때 보위부 요원이 어떻게 약속을 어길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이 지금 자금마련이 급해서 이러는 것은 알지만 이를 빌미로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인질로 삼아 탈북자들의 재입북 공작을 할지 누가 알겠느냐”면서 “게다가 가족과 상봉할 수 있는 제3국을 중국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한국이나 해외 거주 탈북자들의 신변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 특히 ‘가족 상봉 장소’로 유력한 中동북 3성이 국가보위성, 정찰총국 요원들이 활개 치는 곳이며, 이들이 中정보기관 ‘국가안전부’, 공안들과도 공조를 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지적은 충분히 합리적이어 보인다. 북한 국가보위성은 탈북자 가운데 2억 원을 선뜻 낼 정도로 한국 또는 해외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면 북한에 남은 가족과의 상봉을 미끼로 불러들여 납치한 뒤 더 많은 몸값을 뜯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