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관계자 “미국과 북한 ‘비핵화’ 개념 완전 달라 내부적으로 조율 중”
  • ▲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최근 美백악관에서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달라 이에 대한 입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최근 美백악관에서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달라 이에 대한 입장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북정상회담과 美北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비핵화(Denuclearization)’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미국의 그것과 달라 美백악관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9일(현지시간) 美워싱턴에서 열린 ‘민간단체 군축협회’ 주관 토론회에서 나온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에는 ‘안드레아 홀’ 美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 개념에 대해 미국과 북한 간의 인식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美北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주한미군 철수가 협상 칩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안드레아 홀 美NSC 선임국장은 “현재 美北정상회담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것은 북한”이라면서 “제 분야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안드레아 홀 美NSC 선임국장은 이날 토론회에 나와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한 것은 최대한의 대북압박이 낳은 효과”라며 “국제사회가 대북압박을 너무 일찍 중단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인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기존 발표를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안드레아 홀 美NSC 선임국장의 답변과 별개로 이날 토론회 기조연설을 맡은 빌 리처드슨 前뉴멕시코 주지사는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이 다르다는 점이 美北정상회담의 진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빌 리처드슨 前주지사는 “미국에게 ‘비핵화’는 김정은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넘기고 사찰을 수용하는 것인 반면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에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을 중단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 아예 핵무기를 배치하지 못하게 하는 ‘상호 조치’를 의미한다”며 “정상회담의 진짜 위험은 이런 비현실적인 기대에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빌 리처드슨 前주지사는 또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안드레아 홀 美NSC 선임국장이 정확한 답변을 회피한 것도 이상한 대목이지만 빌 리처드슨 前주지사의 경고는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0년과 2013년, 2017년 북한을 찾아 김정은 정권 관계자들과 만난 적이 있으며, 김정은 정권의 속내를 외부 세계에 자주 알려왔던 정치인이다.
  • ▲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하는 美동북아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 창 변호사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종전 선언 등의 목적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통한 적화통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지금도 곳곳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美미국의 소리 관련영상 화면캡쳐.
    ▲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하는 美동북아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 창 변호사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와 종전 선언 등의 목적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통한 적화통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지금도 곳곳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美미국의 소리 관련영상 화면캡쳐.
    그렇다면 美백악관 관계자나 정치인이 말하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개념 차이’란 대체 뭘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이미 생산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고, 이를 개발·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보는 앞에서 없애며, 관련 장비를 다시 만들 수 있는 시설까지도 파괴하거나 봉인을 하고 미국 또는 국제기구 사찰단이 언제 어디서든 북한 핵관련 시설을 사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요구하는 비핵화는 지난 3월 시진핑 中국가주석을 만날 때 말했던 것처럼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다. 즉 북한이 핵무기·탄도미사일을 폐기하면 미국도 같은 양 또는 비례해서 더 많은 양의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핵무기 폐기가 안 된다고 하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없애고, 여기에 대해 북한 측이 언제 어디서든 사찰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할 때마다 이에 맞춰서 미국이나 한국, 일본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 사찰단이 주한미군 기지로 가서 핵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북한도 완성된 핵폭탄, 개발 중인 핵폭탄,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차례대로 폐기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미국, 한국, 일본은 ‘경제적 보상’을 하라는 의미다.

    그 다음 단계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 및 원전 시설, 지하 무기 공장의 폐쇄인데 이때도 북한 사찰단이 주일미군 기지 또는 괌 미군기지에 가서 시설을 구석구석 돌아본 뒤 핵무기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미국 또는 세계원자력에너지기구(IAEA)의 사찰단을 받아들인 뒤 폐쇄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단계에서도 한미일의 경제적 보상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에는 다른 요소도 포함돼 있는데 바로 한반도 종전 선언과 美北평화협정이다. 북한은 끊임없이 “남조선 괴뢰도당과 미제국주의자들이 매년 북침전쟁연습을 벌인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이를 토대로 미국에게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 약속이 바로 한반도 종전 선언과 美北평화협정(불가침 조약)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의 궁극적 목적은 한국과 일본을 지켜줄 미국의 핵우산을 없애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주둔 명분을 ‘동맹국 보호’가 아니라 ‘역내 질서 유지’ 정도로 격하시켜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독재세력들’이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