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출마 강행… 수사 강도-특검 여부에 ‘촉각’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연일 파문이 확산되는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와중에도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며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야당의 특검 도입 공세에도 불출마보다 오히려 '역공'에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의원이 향후 수사 방향을 어느 정도 미리 확신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할 것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출마 결정 이유는 한시가 급한 국정과 위기에 처한 경남을 더 이상 저와 연관된 무책임한 정치공방과 정쟁의 늪에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야당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혹에 대해 남김없이 조사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시간부터 당당하게 선거에 임하겠다. 바로 다시 경남으로 가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선거를 치러 나가겠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새로운 경남의 변화,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날 오전 예정됐던 출마 선언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정쟁의 소용돌이 속 출마가 옳은 것인지, 하루속히 매듭 지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많은 분들(당 지도부)과 상의했다"며 "불출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드루킹과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휴대폰을 결백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제출하느냐는 질문엔 "조사 과정에서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해 궁금증을 낳았다. <YTN>은 이날 오전 검찰이 김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지만, 오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이 드루킹 의혹 확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언론 앞에 서서 역공을 펼쳤다. 이에 대해 오전부터 지속된 입장 정리 논의 과정을 거친 김 의원이 향후 검찰 수사를 받더라도 지지도 영향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을 예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정권 실세로 지목되는 그가, 당 지도부 외에도 청와대와 긴급하게 소통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대통령비서실에서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고 노무현재단 봉사사업부 본부장을 지내는 등 친노 세력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현재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김모(필명 드루킹)씨와 수백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고 인사청탁도 받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의혹 등에 연루돼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연이어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드루킹으로부터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을 받은 내용을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고, 드루킹 사무실 '느릅나무 출판사'에 방문한 사실도 알려져 파문은 확산됐다. 이후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이 주도한 경인선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추가 보도도 이어졌다. 야당은 특검 도입 주장으로 민주당을 향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바른미래당이 드루킹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해 수사의뢰한 사안을 대검찰청에서 넘겨받아 형사 3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본격 착수된 수사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와 드루킹 일당의 관계도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