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드루킹', 2016년 총선거 후 김경수 의원 만나오사카 총영사 인사 추천…실패하자 非文으로 등 돌려네이버등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조직적 여론 조작 실시
  •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김 모씨는 각종 여론조작을 하다가 지난 4월13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부터 구속됐다. 이와 함께 그가 대표로 있는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이 대선과 연결돼있다는 의혹이 등장하면서 세간이 떠들썩하다. 정치권을 뒤흔든 일명 '드루킹 사건',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 
  • [드루킹·김경수 첫 만남]

    그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로 알려져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보 성향의 파워블로거로 주목 받았던 인물이다. 드루킹의 블로그 방문자수는 2018년 3월 기준 98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드루킹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장 캐릭터인 '드루이드'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가 사용한 SNS계정 아이디 역시 'D_ruking'이다. 그는 과거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WoW에서 드루킹을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을 만난 시점은 대략 2016년 총선거 후로 알려졌다. 김 의원에 따르면 드루킹 등 몇 사람이 2016년 총선거 이후 의원회관에 찾아와 "문 대통령을 대선에서 돕고 싶다"며 파주에 있는 사무실에서 강연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해 가을 김 의원은 드루킹의 유령 출판사인 '느릅나무' 사무실을 찾았다. 김 의원은 이후에도 드루킹이 "경선 시작 전에 열심히 할 테니 격려해달라"고 해서 드루킹의 사무실에 한 번 정도 더 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말대로 드루킹은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오늘의 유머, 뽐뿌 등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문재인 홍보글, 타 후보 비방글, 추천수 및 댓글 조작 등 대규모 친문재인 여론조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중앙선관위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대선 기간 조직적인 여론조작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드루킹은 '경공모'의 수장이기도 하다. 경공모의 또 다른 이름은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인선 소개 글에 문 대통령이 2016년 9월 3일 팬클럽 '문팬'의 창립총회에서 "SNS 공간의 대대적인 선플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활동 계기라고 기재돼있다.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자 마지막 순회경선에서도 이들은 자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했다. 이곳에서 김정숙 여사는 "경인선에 가야지, 경인선 가자"이라고 말하며 경인선 회원들에게 인사하러 가고자 하는 영상이 등장했다. 경인선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인 '사람이 먼저다'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청와대는 해당 영상에 대해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이라는 곳을 알고 그런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 피케팅을 보고 '문팬'일 것이라고 생각해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뉴데일리 단독 기사에서 김정숙 여사가 다른 장소, 다른 의상으로 경인선 회원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포착돼 의심스런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 사진= 드루킹 블로그 캡처ⓒ
    ▲ 사진= 드루킹 블로그 캡처ⓒ
    [어긋난 인사 추천, 등 돌린 드루킹]

    김 의원에 따르면, 드루킹은 대선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김 의원을 찾아갔다. 그는 "인사추천을 하고 싶다"며 오사카 총영사로 한 변호사분을 추천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런 전문가라면 될지 안 될지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에 전달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오사카 총영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드루킹이 추천한 인물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이 사실을 드루킹에게 전달했다. 김 의원은 "그때부터는 마치 이 요구를 안들어주면 자기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반협박식, 심각하게 불만을 표시했다"며 "자기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식의 반위협적인 발언들을 했고 그 와중에 민정수석실 행정관 이야기를 해서 어렵다고 한 뒤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드루킹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4개월간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은 특정 기사에 대한 활동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인터넷 기사 링크 3천여개가 담긴 비밀 대화방 메시지 115개는 전혀 읽지 않았지만, 일반 대화방 메시지는 확인했고 드물게 "고맙다"는 답변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한 경공모 회원은 "그는 일본이 곧 침몰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올 것이기 때문에, 일본 쪽에 영향령 있는 사람들과 줄을 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CBS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 사진= 네이버 댓글 캡처ⓒ
    ▲ 사진= 네이버 댓글 캡처ⓒ
    [드루킹, 본격적인 여론조작 실시]

    김경수 의원에게 했던 인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부터는 반 문재인으로 돌아서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안희정을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보고, 노골적으로 안희정 대통령 만들기 작업을 진행했다. 

    드루킹이 경찰 수사에서 밝힌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1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다. 경공모 한 회원은 "2017년 말부터 매크로 이야기가 슬슬 등장하면서 그를 따르던 사람들끼리 내부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불법이었기 때문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회원과, 승급에 욕심을 낸 회원들간의 충돌이 일어난 것이었다. 자발적으로 매크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드루킹은 자기 아이디를 내줬다. 규모는 약 600명 가량이었다. 한 사람이 다수의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으니, 수천 개의 아이디로 댓글 조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 17일로 파악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은 이날 오후 10시께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약 4시간 동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의 댓글과 공감 등을 조작했다. 이들은 주로 정부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 남북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여당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특히 이들은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다수의 댓글에 600개 이상의 포털 ID를 통해 '공감'을 올렸다. 

    수상함을 파악한 네이버는 이틀 후인 1월 19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같은 달 31일 댓글 조작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하여 구속된 인물은 드루킹을 포함해 총 3명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한 명이 일명 '서유기'라고 불리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드루킹' 김씨가 자신들의 활동 기반인 느릅나무 출판사 운영자금을 마련하고자 세운 비누업체 '플로랄맘' 대표다. 드루킹 사건은 마치 빙산의 일각인 듯 조사할수록 양파 껍질처럼 새로운 내용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드루킹 사건은 '드루킹 게이트'가 될 것인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드루킹 사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