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학부, 영국서 환경정책박사...UN 환경담당관 경력 눈길서울지역 중·고생 전원 해외연수...“시설비 아끼고, 불필요한 지출 줄이면 충분히 가능”
  • ▲ 곽일천 서울교육감 예비후보(前 서울디지텍고 교장)가,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교육회관에서 열린 서울교육감 예비후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곽일천 서울교육감 예비후보(前 서울디지텍고 교장)가,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교육회관에서 열린 서울교육감 예비후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4년 동안 각 시도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을 선출하는 6·13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육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18일 현재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5명이다. 등록 순서대로 최명복(70) 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2월 13일), 이성대(57)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2월 28일), 이준순(62) 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3월 16일), 조영달(57) 서울대 교수(4월 3일) 곽일천(63)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4월 10일) 등이다.

    본지는 서울교육감선거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인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다섯 번째로 곽일천 전 서울디지텍고 교수와의 인터뷰를 17일 진행했다. 1955년 서울에서 출생한 곽일천 예비후보는 미국 노스이스턴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에서 환경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엔 환경담당관과 경원대(현 가천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을 거쳐 2010년부터 8년 동안 서울디지텍고 교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지난해 교육부가 펴낸 국정교과서를 서울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채택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인터뷰는 용산구 서울디지텍고에서 진행됐다.

    곽일천 예비후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받고 있는 한국에 마지막 남은 보루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본연의 건국 정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을 갖고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디지텍고의 성공사례를 이 학교에만 제한하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교장으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경험과 사례를 서울 대부분 학교로 전파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곽 예비후보는 서울디지텍고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성화고인 서울디지텍고는 올해 3월 중소기업청 특별 추천을 받아, 청와대 선정 '취업 우수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교육부로부터 '글로벌 현장학습 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교를 이끌면서 우리 졸업생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인 기업과 사회의 요구에 눈을 맞췄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학교의 의지에 달렸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학교는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니 학생들이 학교를 지루해 하지 않는다. 일반고라고 해도, 수요자인 대학에서 요구하는 눈높이를 맞추면 된다. 대학을 마치고, 나아가 취업을 하는 거라면 미래사회에 눈높이를 맞추게 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성과를 내 왔다."

    조희연 교육감의 4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곽 예비후보는 "조희연 교육감은 한마디로 '정치교육감'"이라며, "교육감은 학교현장과 학생을 바라봐야 하는데, 전교조와 연계해서 그들의 요구를 따라가는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초기, 교육적 목적으로 시작한 단체지만 지금은 정치조직화됐다고 생각한다. 조 교육감은 이런 전교조에 휘둘리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전교조 노조전임자를 허용한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다보니 학교가 불필요한 격랑에 빠지고, 정치오염을 막아야 할 교육감이 반대로 정치오염의 통로가 됐다."

    서울교육청은 15~16년 전체 17개 시·도교육청 중 2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조 교육감의 비서실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불미스런 일까지 벌어졌다.

    곽 예비후보는 "서울교육이 정치에 오염되다보니 청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구속된 비서실장도 정치권 출신이다. 교육은 교육다워야지, 정치가 끼어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희연 교육감을 교장단 회의 등에서 만난 기억을 떠올리며, 조 교육감의 리더십과 실행력에 의문을 던졌다.

    "교장으로 있으면서 조희연 교육감과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하면 잘 적는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자신의 철학도 부족하며 실행력도 없는 것 같다. 외부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치중하다보니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학교 자율성은 거둬들이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곽 예비후보는 '무너진 공교육'을 꼽으면서, 그 원인으로 공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교육이 사회적 차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사교육 증대로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예비후보는, 조희연 교육감의 저서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를 인용하면서 자신만의 공교육 살리기 방법론을 설명했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는 식으로 교육 불신을 조장해선 안 된다. 학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 곧 계층 간 격차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조 교육감의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 조 교육감의 다른 점이다."

    자사고·외고를 귀족학교로 규정하고, 이들 학교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좌파 교육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곽 예비후보는 “(자사고나 외고 가운데) 잘 되고 인기 있는 곳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다른 학교도 그러한 형태에 버금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조희연 교육감의 정책과 결이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곽 예비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중·고생 전원 해외연수 △교사 연구학기제 △문예체 교양인 양성 등 3가지를 꼽았다. 

    서울지역 중·고교생 전원을 해외연수 보낸다는 공약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인 공약이다. 곽 예비후보에게 상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기본적으로 무상 포퓰리즘 지원이 아닌 차등지원이다. 재원조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시교육청 예산이 9조인데, 유지관리비나 시설비에 드는 비용이 1조원으로 과다한 측면이 있고, 기존 시설비에서 수익사업화할 수 있는 게 있다. 예컨대 용산에 교육청 신청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취소해야 한다. 오히려 교육행정은 줄이고, 용산부지를 수익사업화해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과도한 지출을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면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1조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지역 중고생이 약 50만명, 1인당 1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해 일본으로 해외 연수를 보낸다고 가정하면, 약 5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재원을 충당한다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그는 학생들의 낙인감 해소와 자존감 회복을 위해, 형편이 아무리 어려운 학생이라도 무상지원을 하지 않고, 대신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이것마저 여의치 않다면 졸업 후에 분할 상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사 연구학기제'는 평균 7년에 한 차례 6개월 동안, 교사들이 자유롭게 견문을 넓히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곽 예비후보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능력 향상이 필수적"이라며 "성패는 교사들의 모티베이션(동기)"이라고 했다.

    곽 예비후보는 "100세 시대에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문예체(文藝體)가 매우 중요하다"며 ‘문예체 교양인 양성’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들 교양 학문을 사교육시스템을 통해 배운다면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공교육이 이를 흡수하면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그는 서울디지텍고 교장으로 있으면서 법원에 '학생인권조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와 관련해 그는 “교권을 침해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속칭 진보교육감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정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불합리한 부분은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마다 가이드라인과 선정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학교마다 가이드라인과 선정 방법은 다르게 해야 한다. 어떤 학교는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어떤 학교는 4차산업혁명에 걸맞은 동아리활동을 특화시키는 방법으로,  학교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낸다면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도와주겠다는 것.”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도 곽 예비후보는 절충적 입장을 취했다. 교장임명에 있어서  일정 부분 인사 혁신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전교조 출신들의 교장 입문 경로로 변질된 측면이 있으므로,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번 선거 최대 변수라 할 수 있는 우파 후보단일화에 대해 그는 “지옥에 가서라도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심정”이라는 말로, 후보단일화에 적극적 의지를 나타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만약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유권자에게 어떤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했는지, 언론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후보들의 동참을 호소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