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추진기구, 끝내 통합 무산...보다 못한 후보들이 직접 단일화 정책토론회 추진
  • 최명복·곽일천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는 18일 교추본, 우리감 등 '단일화 기구'를 배제한 채, 자체 토론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최명복·곽일천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는 18일 교추본, 우리감 등 '단일화 기구'를 배제한 채, 자체 토론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교육감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선거에서 후보 난립으로 패배한 우파진영은, 4년 전처럼 '전교조 교육감'에게 당선증을 헌납하지는 않겠다며 단일화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하지만 우파교육감 후보단일화 추진기구의 분열은 이번선거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파진영 교육감 후보단일화를 추진 중인 단체는 좋은교육감추대국민운동본부(교추본)와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우리감) 두 곳이다. 한때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도 가세했으나 중도에 발을 뺐다. 범사련과 달리 교추본과 우리감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출범한 신생 단체다.

    교추본과 우리감은 저마다 단체에 등록할 후보를 모집하고 '어디 후보'라고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우리감은 추대 후보에게 '우리감 인증서'까지 수여했다. 각자 경선 룰과 투표일정, 선거인단 구성 방법을 발표했다. 우파 단일후보 선정을 위해 구성된 단일화추진기구가 분열 양상을 빚으면서, 후보들의 불안감과 불신은 커졌다. 두 기구는 통합을 모색하면서도 끝내 극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두 기구는 지역별로 각자 단일후보를 선정하면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과 충남, 경북이다.

    지난 10일 교추본이 고승의 덕신문화재단 이사장을 인천교육감 우파 단일후보로 발표한 이튿날 우리감은 최순자 전 인하대 총장을 인천교육감 우파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한 지역에 두 사람의 ‘우파 단일후보’가 나온 셈이다. 충남과 경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단일화를 하려는 것인지 기구 간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후보 단일화 추진 기구도 단일화를 못하면서 어떻게 후보를 단일화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후보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단일화 추진기구가 등록기간, 경선일정 등 기존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도 후보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추본은 지난 2월 서울교육감 우파 후보로 최명복 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 신현철 전 부성고 교장 등 3명을 제시하고 3월 중순에 경선을 치른다고 발표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교추본은 선거인단 모집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이유로 일정을 미루기 시작했고, 4월 중순이 된 지금까지도 경선일정은 불투명하다.

    그 사이 신현철 전 교장은 연락이 두절됐고, 최명복 예비후보는 "더이상 교추본 후보가 아니다"라고 교추본에 통보했다. 그럼에도 교추본은 "30일부터 모바일 투표를 하겠다"며 후보 동의도 없이 모든 후보의 이름을 올리고, 소위 '인기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지역 후보등록마감일은 3월28일에서 4월10일로, 다시 이달 말로 거듭 연기됐다. 지금까지 우리감에 등록한 후보는 곽일천 예비후보가 유일하다. 지난주부터 우리감과 교추본은 대표간 연락 및 실무자 회동을 통해 갈등 봉합을 시도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구 간 단일화도 이루지 못하면서 후보들 사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난센스다. 순수하게 우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취지로, 4년 전 선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뜻을 모아 기구를 출범했다면 '교추본', '우리감'이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말고, 단일화 목적만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 된다. 그러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 두 추진기구 대표 가 긴급 논의했다고 알려진 ’후보공동등록‘이란 차선책마저 사실상 무산됐다. 두 기구의 현재 모습은 마치 물과 기름 같다.

    단일화 추진기구 대표들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듯 하다.

    황영남 우리감 대표는 "서울지역은 교추본과 별도로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선일은 30일로 정했다. 양 기구에서 같은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 그대로 끝이고, 만약 각자 다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 그때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경석 교추본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기구 간 단일화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나가 되지 않더라도 후보 단일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후보가 (기구를) 패싱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단일화는 이뤄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폈다. 서 대표의 말대로 어차피 단일화가 이뤄질 거라면, 추진기구는 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단일화 기구의 모순된 행태에 환멸을 느낀 후보들은 스스로 단일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곽일천, 최명복 예비후보가 다른 후보의 동참을 촉구하며 ‘후보 간 정책토론회’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후보 간 단일화 공감대와 제도적 틀이 일부 형성된 만큼, 이제 단일화 추진기구가 해야 할 역할은, 공정하고 명확한 경선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남은 우파 성향 후보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4년 전 후보 분열로 인한 악몽을 재현하고 싶지 않다면, 단일화 추진기구 핵심 관계자들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