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신(新)도청 가보고 싶다"는 말에 "당선된 뒤 내려오셔도 늦지 않을 것" 화답
  •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의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의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무총리를 두 번 지낸, 충청이 낳은 '큰 인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자신을 예방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를 향해 "당선된 뒤에 다시 찾아오라"고 격려의 뜻을 전했다.

    36세의 나이에 5·16 혁명을 주도한 뒤,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네 차례의 정권창출에 기여해 "이기는 곳에 JP가 있고, JP가 가는 곳이 이긴다"는 말을 탄생시킨 노정객이 이인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충청 민심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18일 오전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의 예방을 받았다.

    앞서 이인제 후보는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후보 추대 결의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편찮으셔서 (JP를) 뵌지가 오래됐다"며 "공식적으로 후보가 되면 당연히 적절한 시점에 찾아뵙고 인사드릴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같은 약속을 약 보름만에 지킨 셈이다.

    이날 예방에서 이인제 후보는 김종필 전 총리가 자신을 홍준표 대표에게 천거한 것을 가리켜 "총리의 응원을 전해듣고 용기를 내 출마를 결심할 수 있었다"며 "총리의 지도를 받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김종필 전 총리는 92세 노구에도 애향심이 문득 크게 인 듯 "충남은 사람들이 참 좋다"며 "빛나는 충청을 만들라. 당선돼서 다시 찾아오라"고 화답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1926년생으로 충남 부여 출신이다. 9선의 의정 생활 중 전국구(비례대표) 세 차례를 제외한 여섯 번을 고향 부여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정적들의 집요한 견제로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정치를 떠났을 때에는 충남 서산 일대에 넓은 목장을 조성하고 유유자적했을 정도로, 고향 충남은 그의 40여 년 정치 역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방에서도 김종필 전 총리는 구 삼화목장 인근 내포에 조성된 충남 신도청과 신도시가 문득 궁금했던 듯 "도청이 이전한 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그러자 배석한 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이인제 후보가 당선된 뒤에 한 번 내려오셔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좌중의 분위기는 한층 더 화기애애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종필 전 총리와 이인제 후보는 목전으로 다가온 남북·미북정상회담 등 통일·안보 이슈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충남지사 출마를 앞둔 예방이었지만, 총리를 두 차례 지낸 정치 원로와 최연소 노동부장관과 민선 도지사로부터 시작해 대선에 두 차례 출마한 거물급 정치인의 만남인 만큼 현안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후보는 "남북 문제가 정상회담으로 잘 풀릴 수 있겠느냐"며 "남북 정상이 만나도 신통한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의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의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그러자 김종필 전 총리는 "(신통한 결과는) 없다"며 "(북한이) 속으로 비웃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모든 남북 간의 접촉과 합의의 시발점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당시에도 국무총리였다.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남북 간의 접촉과 합의를 주도하는 와중에도 김종필 전 총리는 "그들(북한)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대화는 평화 모색의 한 방법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었다.

    또, 평양에 다녀온 이후락 부장이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하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국가보안법을 없애야겠다"고 제안하자, 김종필 전 총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느냐"며 "당신이 북쪽에 또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꾸짖기도 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이날 예방에서도 김종필 전 총리는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며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나는 북한의 핵 포기 이야기에 만분의 일도 믿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이 그런 것에 속으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날 예방은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앞둔 '고향의 정치 후배'가 충청권의 거목을 찾아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만남으로, 그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정국을 앞두고 김종필 전 총리를 가리켜 "JP는 오래 전에 고인 물"이라며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라고, 충청을 폄훼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JP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대선을 앞두고 예방조차 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이날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한 뒤, 정우택·정진석·이명수·이종배·이장우·경대수·이은권·정용기·성일종·유민봉·최연혜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을 두루 모아 오찬을 함께 하며 충청의 결속을 다짐해 대조를 이뤘다.

    이인제 후보는 이날 예방에 대해 "총리께 열심히 싸워서 충청을 발전시키고 민생을 편안하게 하는 도정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고, 총리께서도 후원해주시겠다고 했다"며 "상황이 어렵지만, 꼭 승리해서 지역의 발전과 민생 안정에 나서달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