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도착한 OPCW 조사단, 알 아사드 정권·러시아 제지로 ‘두마’ 못 가
  • ▲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이 있은 뒤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는 어린이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이 있은 뒤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는 어린이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단이 시리아 입국에 입국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사건 현장인  ‘두마’ 지역에 도착했다고 英BBC, 카타르 ‘알 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이 18일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이날 “화학무기 조사단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도시 ‘두마’에 진입했다”면서 “화학무기금지기구(Organisation for the Prohibition of Chemical Weapons, OPCW) 소속인 조사단은 다마스커스에 있는 시리아 보건부에 17일(현지시간)에야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조사단은 ‘두마’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이 가해진 증거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샘플을 채취하고 목격자와 의사 등과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알 자지라’는 “지난 7일 ‘두마’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이 가해졌다는 언론 보도 이후 미국, 프랑스, 영국이 시리아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면서 “OPCW 조사단이 시리아에 도착한 지난 14일 응징 차원의 공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조사단이 시리아에 머물던 지난 16일(현지시간) 네델란드 헤이그의 OPCW 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는 서방 외교관들이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을 비난하고, 러시아와 그 동맹국들은 이를 반박하는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러시아는 특히 “도마 지역에서 아직 캐낼 부분이 있다”면서 “화학무기 감시단은 수요일이 돼서야 해당 지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프랑스와 미국 측은 “해당 지역에서 증거가 제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OPCW 조사단이 시리아 현지에서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프랑스 측은 “해당 지역을 러시아 군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학무기 사용 흔적을 이미 제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고, 켄 워드 OPCW 주재 美대사 또한 “러시아 측이 도마 지역을 이미 찾아가 관련 증거들을 모두 변조했을지 모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 ▲ 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도마 지역의 위치. ⓒ알 자지라 관련보도 화면캡쳐.
    ▲ 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도마 지역의 위치. ⓒ알 자지라 관련보도 화면캡쳐.
    OPCW 조사단의 시리아 현지 화학무기 공격 조사를 둘러싼 의견 대립은 계속 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8일 OPCW 조사단이 지난 14일에 시리아에 도착했으나 사흘 동안 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그들(러시아와 알 아사드 정권)이 OPCW 조사단의 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며 “시간을 끌수록 현장의 화학무기 흔적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헤더 노어트 美국무부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대해 “OPCW 조사단이 화학무기 공격 현장에 진입하려면 유엔의 신변안전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그러나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OPCW 조사단이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고 말했다”면서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OPCW 조사단이 ‘두마’ 지역에서 화학무기 사용흔적을 찾아낼 경우 이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응징’을 논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된다.

    전 세계가 국제협약으로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살상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무고한 인명과 생명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인데 알 아사드 정권은 자국민에게 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기에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인도주의적 무력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알 아사드 정권의 편을 들면서 OPCW 조사단의 ‘두마’ 진입을 막은 것은 시리아가 러시아의 중동 패권 전략에서 중요한 발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 호라산 지역에 위치한 이란만으로는 중동 패권을 장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시리아에 러시아의 손에 들어오고 레바논을 본거지로 한 헤즈볼라까지 힘을 보탠다면 親서방  성향인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과 이집트는 물론 이스라엘과 지중해 일대까지도 영향권에 넣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