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트럼프는 절대 단계적 해법 선택 않는다"
  •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위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조언자를 만나,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이 우려하는 바를 전달해 완전한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미국 보수 세력의 핵심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창설자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선임고문을 지냈으며 이후로도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에서 이주영 의원은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이 우려하는 지점을 퓰너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주영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확실하게 핵폐기가 돼야 하는데, 북중 정상이 만나서 이야기했듯이 단계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형태는 과거 25년의 잘못을 반복할 뿐"이라며 "리비아식 해법으로 북핵폐기가 선행돼야 제재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더구나 주한미군 철수 등이 핵폐기와 대가관계로 돼서는 안 된다"며 "남한의 종북 세력들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미국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섣부른 대북제재 완화나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한미동맹의 와해를 걱정하는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우려를 전달받은 퓰러 이사장은 이러한 점에 십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퓰러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절대로 그런 (단계적 해법에 동의해 제재를 완화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히 검증된 핵폐기(CVID)가 없이 제재 압박을 푸는 우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였다.

    이날 회동에서는 한미FTA 재협상이나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는 주한미국대사의 인선 문제 등도 화제에 올랐다.

    퓰러 이사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좌파 세력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체결됐던 한미FTA를 가리켜 "기본적으로 본래 잘돼있던 FTA"라며 "98% 이상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재협상이 잘 마무리될 것이며, 헤리티지재단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조속히 (재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주영 의원이 주한미국대사 공석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자, 퓰러 이사장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데 이렇게 비워둬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조속히 임명하도록 촉구하고 다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퓰러 이사장이 창설한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보수 세력의 핵심 싱크탱크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좌파 세력의 전성기였던 70년대 보수가치의 재정립을 위해 창설돼, 이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공화당 재집권 시대를 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공화당 필패론'이 나왔는데도, 미국내 보수 세력을 수습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도널드 트럼프 집권기를 연 이론적 토대도 헤리티지재단이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지리멸렬·사분오열된 우리나라 보수 세력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주영 의원을 만난 퓰러 이사장도 우리나라 보수가치의 재정립을 통한 보수정당의 재건을 위한 교류·협력을 제안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영 의원은 "보수가치의 재정립을 통한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재건을 위해 앞으로 싱크탱크의 역할을 증대해 헤리티지재단과 교류·협력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서로 피력했다"며 "오는 10월에 자유한국당과 헤리티지재단이 긴밀하게 정책을 두고 협의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