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외교관 출신 오사카 총영사는 단 3명, 비공무원 출신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
  • ▲ '드루킹 사건'이 터진 뒤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는 영상. 2017년 10월 4일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드루킹' 김 씨의 모습이 보인다(맨 오른쪽). ⓒ시사타파 TV 관련영상 캡쳐.
    ▲ '드루킹 사건'이 터진 뒤 온라인에 확산되고 있는 영상. 2017년 10월 4일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드루킹' 김 씨의 모습이 보인다(맨 오른쪽). ⓒ시사타파 TV 관련영상 캡쳐.
    소위 ‘댓글 작업’으로 선거를 포함해 정치 여론 조작을 한 것으로 알려진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한 로펌과 재외공관도 눈길을 끌고 있다. 닉네임 ‘드루킹’이라는 김 모 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자신의 지인을 日오사카 총영사로 앉혀 달라고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현재 오사카 총영사를 맡고 있는 사람은 오태규 前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TF위원장이다. ‘드루킹’ 김 씨가 김경수 의원에게 청탁한 사람은 법무법인 광장 소속의 A 변호사다. 오태규 총영사와 A변호사 가운데 누가 日관서 지역에서 총영사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인물일까.

    문재인 정부의 선택 오태규 日오사카 총영사

    오태규 총영사가 임명된 것은 지난 4월 6일. 외교부는 이윤제 前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駐몬트리올 총영사에, 박용민 前외교부 아프리카 중동 국장을 日센다이 총영사에 임명하면서 오태규 총영사도 임명했다.

    오태규 총영사의 임명과 관련해 당시 외교부는 “외교부 안팎의 추천을 통해 이뤄진 인사이며 총영사 업무가 대사관의 정무 업무 등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태규 총영사는 2017년 6월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 TF 위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줄곧 한겨레 신문에서 근무했다. 마지막 직함은 한겨레 신문 논설실장이었다.

    1960년 4월 충남 연기에서 태어난 오태규 총영사는 대전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한국일보에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1988년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자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겨레 신문에서 정치부 차장, 도쿄 특파원, 스포츠부 부장, 사회부장, 민족국제부문 편집장, 수석 부국장, 논설위원, 디지털 미디어 본부장, 출판미디어국 국장, 논설위원실 실장 등을 지냈다.

    2013년에는 언론단체 가운데 가장 권위가 있다는 ‘관훈클럽’ 총무,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이사 등을 지내기도 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도 지냈다.

    오태규 총영사의 이력 가운데 일본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도쿄 특파원, 日게이오大 법학부 방문연구원 정도였다.

    오태규 총영사는 박근혜 前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이뤄진 뒤 실시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2017년 5월부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자문위원’을 맡았다. 쉽게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이었던 셈이다. 이어 한 달 뒤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 TF’ 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해 9월에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초청연구위원과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위원에 위촉됐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7년 10월에는 범정부 차원 조직인 ‘공공외교위원회’ 민간자문위원에 위촉됐다. 2017년 12월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이 됐다.
  • ▲ 오태규 日오사카 총영사가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 TF 위원장일 때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태규 日오사카 총영사가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 TF 위원장일 때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부대’의 핵심인사 ‘드루킹’이 밀었던 A변호사

    한편 ‘드루킹’ 김 씨가 김경수 의원을 통해 인사 청탁을 하려 했던 A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美일리노이大 법대와 日와세대大 법학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A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김·장·리 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여러 로펌을 거쳤다고 한다. A변호사는 지적재산권 분쟁과 일본 관련 업무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었다.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라고 한다.

    A변호사의 약력을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 정책 평가위원부터 신문공정경쟁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출간물 편집위원, 지식경제부 무역조정평가 계획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등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1999년부터 사법시험 출제위원, 변리사 시험 출제위원을 맡기도 했다.  

    A변호사의 논문, 강연, 저술 자료를 봐도 그의 전문성은 상당한 편이다. 지적 재산권 분쟁에서부터 전자상거래와 도메인 분쟁 등 ICT 관련 재산권 보호, 일본 기업의 영업기밀 보호를 위한 방안, 방송관련법 개정안 제안 등 수십여 편의 저술이 그의 이름으로 나와 있다. 日와세다大 유학 시절에는 ‘기업집단 규제에 대한 연구’를 논문으로 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의 법률적 전문성을 나타내는 A변호사가 만약 오사카 총영사를 맡았다면 어땠을까. “총영사 업무는 대사관의 정무 업무 등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외교부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A변호사의 오사카 총영사 임명 청탁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17일 A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광장 측은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 청탁과 A변호사 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A변호사 또한 “뭔일이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이날 법무법인 광장 측의 입장 보도를 소개하며 A변호사의 말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A변호사는 “2017년 말 김 씨(드루킹)로부터 ‘내가 정치권에 줄이 있는데 당신을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었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아, 그러냐’고 답했을 뿐인데 지금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 황당하다”고 지금 기분을 털어놨다고 한다.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A변호사는 ‘드루킹’ 김 씨에게 법률적인 자문을 해주던 변호사 3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한다. 법률자문 제공자와 고객 관계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것이 A변호사와 법무법인 광장 측의 해명이었다고 한다.
  •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드루킹 사건'이 터진 직후 연관성을 부인하다 나중에 거짓말이 드러났다. ⓒ뉴데일리 DB.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드루킹 사건'이 터진 직후 연관성을 부인하다 나중에 거짓말이 드러났다. ⓒ뉴데일리 DB.
    더민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오사카 총영사 관련 맹비난

    ‘드루킹’ 김 씨와 김경수 의원 간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A변호사는 대체 어떻게 이 논란에 휩싸이게 됐는지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수 있다. 그런데 ‘드루킹 사건’을 차치하고라도 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는 예전에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2009년 1월 일어난 ‘용산사태’ 문제로 옷을 벗었던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2009년 7월 자유총연맹 부총재에 선임됐다가 2011년 2월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됐다. 이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오기 인사” “MB식 회전문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김석기 총영사는 오사카에서 9개월 근무하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그는 경북 경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공항공사(KAC) 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에 다시 출마, 20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특별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측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드루킹’ 김 씨가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보은 인사’로 채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 아닐까.

    ‘아시아경제’는 17일 보도를 통해 “오사카 총영사를 맡았던 사람 가운데 비외교관 출신은 윤형규, 김석기, 오태규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형규 씨는 故김대중 前대통령이 국민회의 총재일 때 외신담당 특보를 지낸 인물로 DJ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8년 3월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됐다.

    윤형규 前오사카 총영사는 국민회의 총재 특보를 맡기 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국회의장 비서관, 국무총리 비서관 등을 지냈다. 게다가 공직을 은퇴하기 전에는 주일 공사로 지낸 적도 있다. 따라서 ‘비공무원 출신 오사카 총영사’는 사실상 한 사람에 불과하다.

    17일 국내 언론들은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 운영자인 김 씨는 자신이 오사카 총영사로 부임해 일본이 침몰할 때 일본인 피난민을 개성공단으로 이주시켜야 하며, 그 일은 자신과 카페 회원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혹시 ‘드루킹’ 김 씨는 문재인 대선캠프 주변에서 일본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자신이 아는 사람 가운데 일본을 가장 잘 아는 A변호사는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하고, 그가 내정되면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이번 ‘드루킹 사건’은 이런 저런 의혹을 떠나 ‘자미두수’로 운명을 예언하고 ‘송하비결’을 자신만 제대로 해석했다고 주장하며 ‘일본 침몰’을 철썩 같이 믿는 김 씨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위험한 작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데도 이를 말리지 않은 여당 더불어민주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