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거짓말 하는 나라

[칼럼] 조석으로 입장 바뀌는 국가 최고통치기구… "파악해야 할 만큼 무게 있는 사안 아니었다"

안종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4.17 09:28:21
▲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민주당 의원. ⓒ뉴시스

박근혜 탄핵의 단초가 된 세월호 사태는 정치적 거짓말이 발단이었다.

2014년 4월16일 아침 대통령 박근혜는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거짓말을 했다. '모른다' '보안사항' 등 이리저리 돌려말했지만, 결국 거짓말이었다.

차라리 그때 청와대가 솔직했다면.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 머물렀다는 걸 밝히고, 최순실이라는 존재를 털어놨다면.

단언컨대 탄핵이라는 치욕은 없었다. 아마 세월호 유족 앞에서 흘린 박 전 대통령의 눈물도 좀더 진정성 있게 다가갔을 것이 분명하다.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도 결국 본질은 거짓말의 들통이란 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문제다. 그만큼 여론은 병적일 만큼 거짓말을 싫어한다.

문재인 청와대도 거짓말을 시작했다.

2018년 4월16일 아침 청와대는 드루킹 파문에 연루된 김경수 의원의 청와대 인사청탁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핵심 관계자는 "저도 보도만 봤다"며 처음 듣는 척 했다.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불과 12시간 지난 같은날 저녁, 청와대는 이 입장을 번복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보도와 증언에 밀려 김경수 의원이 '오사카 총영사 추천 인사를 청와대에 넣었다'는 사실을 밝히자 청와대는 급히 태도를 바꿨다. 핵심 관계자는 "김경수 의원 말대로 인사수석실로 추천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체 검증을 했지만, 오사카 총영사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기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단 하루만에 국가 최고통치기구 입장이 바뀌는 기가 막힌 상황에도 청와대는 "바로 파악할 만큼 무게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자체 개헌안이 몰래 수정됐다는 논란이 있을때도 "단순한 수정에 브리핑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했다.

심각한 문제다.

거짓말은 크게 두가지 경우에서 벌어진다. 

당사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크게 위태로워 질 때가 첫째다. 대체로 을(乙)이나 약자가 그렇다. 그래서 진실이 드러나도 어느정도 용서되는 측면이 있다. '오죽하면 거짓말을 했겠느냐'는 동정심도 작용한다.

두번째 경우는 설령 거짓말이 드러난다 해도 당사자로선 크게 거리낄 것 없을 때다. 화자(話者)가 갑(甲)이거나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다.

박근혜 거짓말이나 문재인 거짓말 모두 두번째 경우에 해당된다. 70%를 넘나드는 고공 지지율에서 나오는 교만함이다. 거짓말에 물 타고 양념 치면 진실로 바꿀 수 있다는 황당한 인식이다.

박근혜 탄핵의 중요한 계기가 거짓말의 반복이라 한다면, 문재인 청와대도 분명 거짓말의 연속이다.

하지만 조석(朝夕)으로 말이 바뀌어도 청와대는 부끄러운 줄 모른다. 청와대가 거짓말 하는게 일상적인 나라에서 국민들만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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