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출신, 주식투자 서적도 펴내,...‘인사청탁 사실’ 인터넷 카페 공유
  • ▲ 댓글공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49)씨가 2009년 개설한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메인화면. 16일 현재 누적 방문자 수는 990만명을 넘어섰다. ⓒ 네이버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 댓글공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49)씨가 2009년 개설한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메인화면. 16일 현재 누적 방문자 수는 990만명을 넘어섰다. ⓒ 네이버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 및 추천 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 중 1명이 친(親)문재인 성향 유명 블로거 김모(49)씨로 밝혀졌다. 인터넷에서 '드루킹'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6년부터 댓글을 조작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04년부터 '뽀띠'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에서 경제 관련 글을 쓰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9년에는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개설했고, 2009년과 2010년 시사·인문·경제 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됐다. 그는 2010년 주식투자 관련 도서 '드루킹의 차트혁명'을 출간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16일 현재 블로그 구독자는 2만7천여명, 누적 방문자 수는 990만명을 넘었다. 모든 게시글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인터넷상에서 유명세를 탄 김씨는 블로그에 정치성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12년 당시 안철수 후보에게 "안철수와 문재인이 결합하는 것은 MB의 부활"이라고 주장해, 이른바 '안철수 MB아바타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탄핵을 늦추면 박근혜가 도망간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9대 대선을 한달 앞두고 "문재인의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 "모든 부패한 세력으로부터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친문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씨는 자신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경공모 회원은 2,500명 가량으로, 주로 '드루킹'의 강의와 유력 정치인 특강을 오프라인에서 진행했다. 경찰은 김씨가 댓글 공작에 경공모 회원 아이디를 도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출판사 '느릅나무'의 공동대표도 맡았다. 하지만 느릅나무는 법인 등록 및 책 출판은 전혀 없던 '유령 출판사'였다. 대신 이 건물은 경공모 강연 아지트 및 댓글공작 작업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비롯한 3명은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 1월17일 저녁부터 18일 새벽까지 약 4시간 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문재인 정부 관련기사에 달린 비판 댓글의 '공감' 버튼을 집중적으로 눌러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런 작업을 하면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댓글공작 사실을 알리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직접 김 의원을 만나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하는 인사청탁을 했다. 

    올해 초 경공모 단체 채팅방에서 김씨는 "우리가 1년 4개월간 문재인 정부를 도우면서 김경수 의원하고 관계를 맺은 건 다 알고계실 것"이라며, 김 의원과의 친분을 공공연하게 과시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제가 김 의원에게 두어 번 부탁한 게 우리 회원들을 일본대사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외교경력 없는 친문 기자 나부랭이가 오사카 총영사로 발령받으면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김 의원에게 말했다)" 등의 글을 올려, 청탁 사실까지 공유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김씨는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되기 전,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진실을 알게 되면 멘붕할 것을 어디서 나를 음해하느냐, (앞에선) 깨끗한 얼굴 하고 뒤에선 더러운 짓했던 놈들이 뉴스 메인 장식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추가 댓글공작 행위를 벌였는지, 그 과정에서 김경수 의원 등 정치인들과 연관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