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교대 확 바뀐 4월 국회… 속 타는 與, 대규모 공세 벼르는 野
  •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국회 본회의장 전경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기식, 김경수로 이어지는 메가톤급 파문에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렇다 할 타개책을 찾지 못하던 야당이 모처럼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4월 국회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여당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야당의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우위에 있을 것으로 점쳐졌던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정 지지율과 야당에 비해 압도적인 정당 지지도를 기반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계속해서 '적폐 청산'의 프레임으로 일관해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발의한 개헌안은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야당을 압박하기에 유용한 카드였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파 정치세력을 소위 '반(反)개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이번 지방선거를 '보수 심판'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지난달 2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두고 "개헌 보이콧에 열중할수록 민심과 멀어질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시스트적인 협박을 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가장 먼저 여당의 4월 국회 계획을 막아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입장 차이였다. 1년 9개월간이나 국회에서 잠들어 있던 법안 하나가 여야의 공수교대의 단초가 된 셈이다. 

    재작년 7월 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당시 야당에 유리한 내용이 담긴 법안이었다. 이 법안을 여야가 바뀐 뒤 자유한국당에서 처리를 요구하자 민주당이 난색을 표하게 된 것이다. 

    민주당 스스로 주도해서 발의한 법안이기에 대놓고 반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고 그러면서 4월 국회는 공전의 늪으로 빠져들게 됐다. 자유한국당은 방송법 처리를 무기 삼아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러던 중 터져 나온 것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이른바 '갑질 해외 출장' 논란이다. 피감 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이어 정치 후원금을 본인의 연구 단체에 불법적으로 '셀프 후원'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자 김 원장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는 더욱 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직접 나서서 김 원장을 감싸고 도는 형국이어서, 민주당으로서는 '괴로운 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미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4월 국회의 정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돼있었다. 지난 13일 전격 성사된 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비공개 영수회담은 사실상 문 대통령의 화해의 제스쳐였다고 볼 수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영수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문 대통령이) 김 원장을 집에 보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확실한 의중은 알 수 없으나 곧 인사 조치가 있을 예정이고 김 원장 논란은 일단락 될 것이라는 해석이 담겼던 것이다.

    하지만 4월 국회 정상화 가능성은 요원해져버렸다. 방송법 개정안과 김기식 원장의 거취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소위 '메가톤 급' 이슈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원 일부가 보수인척 위장해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과 추천수를 조작했다는 수준의 논란에서, 이제는 지난 대선 당시 댓글부대 운용 의혹으로까지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부정선거'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정권 차원의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16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여야 교섭단체 정례회동이 예정돼 있었으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을 선언, 사실상 4월 임시국회의 정상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많은 제보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 이 정권을 위해서 잘못된 충성 하지 말라"며 수사 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물 만난 고기마냥 정치공세에 몰두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론의 관심은 김기식 원장 거취와 댓글부대 의혹에 쏠려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16일 <6.13 지방선거 정치공작 진상조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당 차원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의원총회까지 열어서 의원들의 대정부 공세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특검 및 국정조사 추진을 시사한 자유한국당이 향후 어떻게 대여 투쟁을 진행해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