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청년들 ‘친구할래?’→‘너, 나 좋아해?’ 남한 드라마 본 뒤로 연애법 바꿔

인권활동가 지성호 대표 ‘남과 북이 만나는 문화아지트 2018 남북살롱’ 개최
탈북 대학생, 한국 대학생 서로 만나 ‘연애’ 주제로 대화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4.16 08:12:36
▲ 북한인권단체 NAUH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복합문화공간 '5차원공간'에서 '남과 북이 만나는 문화아지트 2018 남북살롱'을 열었다. 남북하나재단이 후원하고 NAUH가 주최하는 '남북살롱'은 올해 11월까지 매주 두 번째 토요일에 열린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에서는 고백하거나 받을 때 '사귀자', '연애하자'보다 '친하자'는 말을 많이 써요. '쟤랑 쟤랑 친한데', 이러면 둘이 사귄다고 생각하면 돼요."(탈북 대학생 이씨).

"통일이 되면 북한 친구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친구하자'는 말, 조심해야겠네요.(웃음)"(사회자).

남한과 북한의 연애에 대해 남북한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을까. 같다면 어느 점이 같고, 다르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남북한의 ‘연애’를 주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북한인권단체 NAUH(Now Action Unity for Human rights·대표 지성호)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복합문화공간 '5차원공간'에서, '남과 북이 만나는 문화아지트 2018 남북살롱'(이하 남북살롱)을 진행했다.

총 8회로 구성된 남북살롱은 남북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며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이질감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두 번째 토요일 진행된다. 1회 주제는 '연애의 온도'로, 남북한 대학생 19명이 자리했다.

사회를 맡은 탈북민 김필주(32·가톨릭대)씨는 "남북통일이란 주제를 정치적인 부분으로 많이 접하게 돼서 그런지 남북, 북한, 통일 그러면 왠지 딱딱하다. 그나마 불을 지펴줄 수 있는 게 연애가 아닌가 싶어서 첫 회에서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남북한에서 태어난 청년들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며 공통적인 부분은 무엇인지, 차이는 무엇인지 찾아가면서 이질감을 좁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한 대학생 패널로 참석한 최수지(21·숙명여대) 학생은, 지인의 권유로 탈북민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탈북 대학생 패널로 뽑힌 이유진(가명·대학생) 학생은, 북한 ○○도 출신으로 지난해 탈북에 성공해 올해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최씨는 웃으며 "현재 '썸'을 타고 있는 중"이라고 했고, 이씨는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다"고 밝혔다. "북한 친구들이 연애하는 데 남한과 어떤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최씨는 "사랑은 보편적 감정이니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유진 학생은 "94년 고난의 행군 이후,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자 남한 문화콘텐츠가 차츰 들어오기 시작했다. 북한 청년들은 그런 것들을 몰래 보면서 남한 청년들의 연애법을 따라하다 보니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런 식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대부분 남자들이 먼저 얘기하고, 여자들이 (고백)하는 경우는 적다. 사귀자, 좋아한다 이런 말도 별로 없다. '썸'이라는 단어도 없다. 그런데 드라마 '상속자들' 보면서 '너 나 좋아하니'이런 식으로도 고백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연애 세계관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김필주씨는 "고향을 떠난 지 16년 정도 됐는데, 그 당시에는 이성간 소통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연애 얘기를 하면 무슨 일이 나는 줄 알았다. 유진씨와 나이차가 나긴 하지만, 그간 '한류'를 통해 북한에 변화가 많았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북한 남성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10년 군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이 쉽지 않다. 부모님이 동네에서 아들의 배우자를 찜해놓고 제대하면 결혼시키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그때는 이성에 대한 감정이 있어도 표현 방법을 몰랐고 연애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 내에서도 고백 연애를 한다는 정도니까, 내 입장에서는 많이 놀랍다.“

▲ 왼쪽부터 최수지(21·숙명여대)씨, 김필주(32·가톨릭대)씨, 이유진(가명·대학생)씨가 남북살롱 패널로 참석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씨는 "예전엔 (연애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했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눈빛이나 행동을 통해 이 사람이 날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유진 학생은 "아직 그런 문화는 다소 충격적"이라며 "19살,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어릴 때는 밖에서 손잡고 다니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서로 좋아해도 반대편에서 서로 걸어오며 마주보는 정도(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스킨십을 하면) ‘노란물이 들었다’ 이런 말을 들으니 손 잡는 건 쉽지 않다. (연애를 하려면) 남자는 여자에게 꼭 (의견을) 물어보고, 여자는 반드시 답을 줘야 하고. 자연스러운 경우는 적은 것 같다. (연인 사이라도) 손을 잡는 것은 사람들 안 보는 곳에서 몰래 하는 경우가 많다."

객석에서 "북한에서 데이트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면 결혼은 소개를 받아서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씨는 북한에서 통용되는 '까치길'이라는 용어를 들어 설명했다.

"북한은 김(정은)씨 가족, 고위 간부 등 계급론에 입각한 신원조회를 통해 부류를 나눈다. '까치는 까치끼리', 즉 끼리끼리 맞는 사람들끼리 살라는 것이다. 예컨대 간부 집안과 저와 같은 평민 집안은 결혼하기 어렵다. 소개를 받고 결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가정에서 큰 반대가 없다면 서로 만나서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 청년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일반적으로 어떤 말로 고백할까. 이유진 학생은 자신이 북한 남성에게 고백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친구할래?", "(나는) 네가 괜찮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사용 어휘가 남한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북한 청년들의 주된 고백법은 "(나랑) 친하자", "(네가) 괜찮다"의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고백하거나 받을 때 '사귀자', '연애하자'보다 '친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쟤랑 쟤랑 친한데, 이러면 둘이 사귄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는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표현한다. '서로 사랑한대'라는 언어가 유행하진 않았다. '괜찮다'는 것도 남한과 의미가 다르다. 상대가 정 아닌 것 같으면 '한달 정도 만나보자'는 얘기도 한다.(웃음)"

사회자 김필주씨는 "이것도 엄청난 발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통일이 되면 북한 친구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때 '친구하자'는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사귀자는 것과 같은 표현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북한도 지역별, 계층별, 시대적 배경 등을 고려해서 생각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만 가지고 북한을 이야기하기에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같은 북한 태생임에도 차이점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남한 연인들의 일반적인 데이트 장소는 카페 혹은 영화관, 놀이공원 등이다. 최수지 학생은 "각자 학교에 데리러 가서 근처 영화관이나 소극장에 간다"고 했고, 이유진 학생은 "북한 영화는 다 사상이 담긴 영화여서 영화관 데이트는 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연애할 땐 주로 역앞 공원이나 포장도로의 벤치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북한에서 동성연애가 가능하느냐"는 객석의 질문에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답이 나왔다. 김필주씨가 "북한에서 동성연애는 공개처형감"이라고 하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김씨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짜다. 북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북한 정권이 왜 스킨십(자유 연애)을 막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필주씨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여지를 주지 않는 것 같다. 사상교육으로 세뇌시키는 것도 자신에게 충성시키기 위함인데, 이성간 느낄 수 있는 본능을 일깨우면 교육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 정권은 행인들의 옷차림이나 머리스타일을 감시하는 단속반 '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유진 학생은 "규찰대는 옷차림뿐만 아니라 행동 단속까지 한다. 감옥에 보낸다거나 하는 처벌은 없지만, (잡히면) 부모 직장을 말해야 하고 부모에게 자녀교양 문제를 지적하니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 지성호 NAUH 대표. 지 대표는 NAUH 북한인권활동을 통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270명의 탈북동포를 구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행사를 기획한 지성호 NAUH 대표는 "북한이라는 사회에는 여러 이슈가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주민들의 인권, 그들의 삶을 한국사회에 알리는 것이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김씨 정권 통제 하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하게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삶과 모습을 알리고자 청년들과 살롱을 기획하게 됐다. 청년들이 그러한 문화를 알고, 언젠가 통일됐을 때 유용한 정보를 주고 싶다."

지성호 대표는 지난 1월 30일 미국 워싱턴DC의 트럼프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장에서, 목발을 들어 올리며 북한 체제의 실상을 폭로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당국의 고문을 견뎌낸 인물이자 북한 독재와 본질을 지켜본 목격자"로 지 대표를 소개했다. 그는 NAUH 활동을 통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270명의 탈북동포를 구출했다.

지 대표는 이날 살롱을 "매우 흐뭇하게 지켜봤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최한 입장이지만, 남북 청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됐다. 특히 이들이 서로 꾸밈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점이 좋았다. 또 예전엔 배고파서 탈북했다면 이제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탈북하는, 연애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북한의 변화를 보는 것도 그렇다."

그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여러 현안이 있겠지만 북한인권문제가 공론화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갈라놓고 볼 필요가 있다. 권력계층 이외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어렵게 지낸다. 99%의 북한주민들이 느끼는 아픔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반드시 다뤄줬으면 한다. 물론 결정은 청와대 몫이다."

NAUH는 북한인권 개선과 한반도 통일을 실현을 목적으로 ▲탈북난민 구출 ▲대북 라디오방송 ▲캠페인 ▲남북한 청년들의 소통과 이해를 위한 학술교류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인권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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