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내놓고 적법성 여부 질의… "일반적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 의문"
  •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뉴시스 DB
    ▲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뉴시스 DB
    청와대가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중앙선관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내 적법성 여부를 판단 받기로 했다.

    그러나 선거와 관련 없는 인사를 선관위에 물어본 본 것 자체라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금 전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사항을 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함"이라며 "김기식 원장의 과거 해외출장을 평가하면서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질의한 내용은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이상 4가지다.

    김 대변인은 " 물론 공직자의 자격을 따질 때 법률의 잣대로만 들이댈 수는 없다. 도덕적 기준도 적용되어야 한다"면서도 "그의 해외출장 사례가 일반 국회의원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과연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보였는지 더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국회의원들을 기준점으로 삼아 사퇴요구 압박을 벗어나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김기식 금감원장의 경우가 어느 정도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해 봤다"며 "무작위로 16곳을 뽑아 조사한 결과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다. 민주당 의원이 65차례, 자유한국당이 94차례"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런 조사 결과를 볼 때 김기식 금감원장이 자신의 업무를 이행하지 못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특정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결론을 낸 뒤 선관위에 재확인을 요청한 셈이다. 심지어 청와대는 무작위로 16개의 피감기관을 선정한 기준이나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선관위의 결론에 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질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질의 4개 중 1개라도 적법하지 않다고 나오면 해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받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무작위로 16개 피감기관을 선정한 것에 대해서도 "그건 민주당에서 한 것"이라며 "당에서 각 상임위 의원들이 해당 기관에 요청했고, 그 중에서 자료가 올라온 것들을 무작위로 통계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가 그중에서는 중립적이라 생각했다"며 "선관위와 검찰이 다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도덕적 기준과 잣대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못 맞췄다는 지적은) 인정하지만 해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표현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을 사찰,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청와대 발표는 입법부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수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 외에는 그 누구도 감찰 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을 사찰한 행위는 독재로 가기 위해 대한민국 입법부 전체를 재갈 물리려는 추악한 음모일 뿐"이라고 공세를 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권력 남용을 통한 입법부 파괴 공작과 사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비장한 각오로 입법부 수호를 위해 국민과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며 "정세균 국회의장은 청와대의 입법부 사찰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