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정진석 가세로 참석자 늘어… 정치적 부담없이 '결속' 명분 취했다
  •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구당중진연석회의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구당중진연석회의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구당(求黨)중진연석회의를 열어 당 운영과 관련해 쓴소리를 해왔던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홍준표 대표가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한국당의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이주영 심재철(이상 5선) 정우택 정진석 유기준 나경원(이상 4선) 중진의원은 12일 의원회관에서 세 번째 구당중진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모임의 좌장 격인 이주영 의원은 "내일(13일) 저녁 홍준표 대표의 만찬 초대는 전향적"이라며 "개인일정이 있어 참석을 못하는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가서 홍준표 대표와 직접 대면하는 가운데 당 운영의 쇄신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오는 13일 저녁 여의도 모처에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와 4선 이상 중진의원이 함께 모이는 만찬 회동 주재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 개최를 압박했던 중진의원들이 이를 '꼼수'로 보고 집단 보이콧을 하느냐, 아니면 참석하느냐에 따라, 홍준표 대표와 비홍(비홍준표) 중진들 간의 갈등이 확산이냐 봉합이냐의 갈림길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았다.

    이날 4선 이상 중진의원 6명이 중지를 모으고 홍준표 대표 주재 만찬에 가급적 참석하기로 방향을 설정함에 따라, 한동안 당을 흔들었던 홍준표 대표와 비홍 중진의원들 간의 갈등은 봉합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

    그간 홍준표 대표의 당 운영과 관련해, 날카롭게 각을 세워왔던 중진의원들이 이날 이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가 꼽힌다.

    일단 6·13 지방선거 공천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결기있는 인재영입'과 '공천 투명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이상 실익이 없게 됐다.

    오히려 대진표가 완성된 마당에 계속해서 당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를 앞두고 적전분열(敵前分裂)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2일 의원회관에서 구당중진연석회의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2일 의원회관에서 구당중진연석회의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국당 초선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당 의원들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바른정당이 분당됐던 경험 때문에 '선거 직전 분열'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며 "공천을 이제 와서 다시 할 수도 없고, 어차피 이제는 지방선거까지 '홍준표 체제'로 가는 것"이라는 기류를 전했다.

    중진의원들도 이러한 당내 기류를 읽고, 향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홍준표 대표의 책임론을 묻더라도 지금은 일단 선거를 앞두고 결속해야 할 때라는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중진의원들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선거를 앞두고 '결속'을 다짐했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우리 중진의원들도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뛰어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린다"고 했으며, 나경원 의원도 "앞으로도 고언은 계속하겠지만, 지방선거가 있으니 선거를 앞두고는 당의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쳐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새로이 구당중진연석회의에 가세한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두 달 남은 선거 앞에서 우리 당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반드시 승리를 위해 확고부동한 임전태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당중진연석회의의 세(勢)가 불면서, 전략적인 일보후퇴(一步後退)를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결단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구당중진연석회의는 당초 1~2차 회의를 매주 목요일에 진행했다. 그러나 이주영 정우택 유기준 나경원 중진의원의 네 명 참석에서 세가 불어나지 않고, 초·재선의원들 사이에서 호응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되지 않으면서 부정기 개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날 3차로 열린 구당중진연석회의에는 오히려 참석자가 한두 명 정도 줄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있었다. 하지만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가세하면서, 참석자는 4명에서 6명으로, 선수(選數) 총합은 17선에서 26선으로 무게를 더하게 됐다.

    세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양상이었다면 오히려 홍준표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것을 중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가 불어났기 때문에 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볼지를 고려하는 정치적 부담없이 '당의 결속을 위한다'는 명분을 취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는 모양새가 중요한데, 참석자가 줄다가 홍준표 대표와 타협을 모색하게 되면 백기투항 내지는 사멸로 비쳐질 수 있었다"며 "참석자가 늘면서 적절한 시점에서 이른바 철수(撤收)를 모색할 수 있는 모양새가 마련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