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이 공습하면 전쟁범죄” 공식 입장…“시리아 공격 멈추면 안 되냐” 호소도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트위터 캡쳐.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트위터 캡쳐.
    지난 9일(현지시간) “앞으로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시리아에 대한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에는 트위터에 “시리아에 곧 신형 미사일이 도착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트윗에 미국 주요 언론들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충돌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트위터에 “러시아가 시리아를 향한 그 어떤 미사일도 모두 떨어뜨릴 것이라고 맹세했다”면서 “러시아는 새로운 스마트 미사일이 그들에게 날아갈 테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어 “당신네(러시아)는 자기 국민을 화학무기로 살해하는 것을 즐기는 짐승과 파트너가 돼서는 안 됐다”고 덧붙였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트럼프가 ‘시리아에 떨어지는 미사일을 요격 하겠다’는 러시아를 조롱했다”고 보도했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美대통령이 시리아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최근 계속 일어나고 있는 알 아사드 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에도 수십여 명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졌는데 이 가운데 어린이도 포함돼 있었던 것이 트럼프 美대통령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는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라며 “트럼프의 트윗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대응을 밝히는 첫 발표로 美정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美‘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온 지 몇 시간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 궁에 신임 외국 대사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세계 상황의 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상식이 혼돈을 극복하고 국제관계가 보다 건설적이고 세계질서가 보다 안정되고 예측 가능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美‘워싱턴 포스트’는 “우리는 트위터 외교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진지한 접근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미 깨지기 쉬운 상태가 돼 있는 문제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의 발표도 전했다.
  • 2003년 12월 동시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 중인 美해군 이지스 구축함들. ⓒ美해군 공개사진.
    ▲ 2003년 12월 동시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 중인 美해군 이지스 구축함들. ⓒ美해군 공개사진.
    다른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미국을 향해 “테러범을 공격해야지 왜 합법적인 정부를 공격하려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의 발언들은 그 전에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종합하면 그 의미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美정부를 향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군사작전을 실행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면서 “만약 실행하게 되면 불법도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안드레이 크라소프 러시아 두마 국방위 부위원장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실행한다면 러시아는 이를 전쟁 범죄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말들을 종합하면,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를 지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전면적으로 맞서는 것은 꺼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거 러시아의 행태를 돌이켜 보면 이길 자신이 있는 적에게는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고 매우 강경하게 맞섰다. 반면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는 세력과의 갈등이 생기면 공식적으로는 엄포를 놓으면서도 물밑 접촉을 부지런히 준비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를 거점으로 이란과 손을 잡고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은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을 막으려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 따른 행동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美대통령도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우리와 동맹국은 아직 시리아에 대한 첩보를 분석 중”이라면서도 “대통령께서 결정하신다면 우리는 군사적 조치를 제공할 준비는 이미 돼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미국의 공습으로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이 위험해지면 이에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미국은 2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시리아와 가까운 지중해 동쪽으로 보내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척의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한 최대 120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공격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 2015년 11월 러시아가 시리아에 파병한 S-400 대공 미사일 부대. 2018년 1월 전력은 더 늘어났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5년 11월 러시아가 시리아에 파병한 S-400 대공 미사일 부대. 2018년 1월 전력은 더 늘어났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순항미사일 공습을 저지할 러시아의 전력은 시리아에 배치해 놓은 S-400 대공 미사일이다. 러시아는 2015년 11월 시리아에 S-400 미사일 부대를 파병했다고 밝혔고 2018년 1월에도 4개 포대를 추가 파병했다.

    S-400은 중국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요격을 위해 수입한 무기체계로 최대 100개의 표적을 탐지하고 36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으며, 사거리는 400km, 요격 속도는 마하 12에 달해 서방 공군전력에 가장 큰 위협으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는 S-400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물론 스텔스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심지어 탄도미사일도 일부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실전에서 검증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