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출국사실, 정 실장이 알리고 싶지 않아 해"… 살얼음 외교정국 계속
  •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9일 미국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9일 미국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현지시각으로 11일 볼튼 신임 미국 국가안보실장과 상견례를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한 채널을 복원하는 중요한 일정이지만, 정작 당일날 아침까지도 출국 사실을 밝히지 않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튼 신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뒤 다음날 귀국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나러 가기 전) 통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있었다고 할지라도 만나기 위한 통화지 업무적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제 만나기로 했는지 시각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볼튼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했다. 볼튼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이 공식적으로 취임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임자였던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긴밀한 소통채널을 형성하면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의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뒤를 이어 취임하는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정 실장이 출국한 지난 11일 오전에도 청와대는 정 실장의 출국 사실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 언급없이 미국을 다녀오려 했던 정 실장은 그의 움직임이 공항에서 포착되면서 기자들에게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인이 별로 원하지 않으셨다"며 "(국내로 귀국하는) 시각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조심스러워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존 볼튼 신임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2017년 말부터 최근까지 언론 기고와 연설을 통해 북한 문제의 해법으로 군사적인 옵션을 제안할 정도로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단계적 해법을 외치는 김정은과 입장차가 크다. 청와대는 "(정의용 실장과 볼튼 안보보좌관이) 남북정상회담·미북 정상회담 등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전에 떠들썩하게 알리고 출발했다가 만남이 순탄히 풀리지 않을 경우 청와대로서는 곤란한 상황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북 수교와 평양 미 대사 설치 등 미국과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차 묻는 기자들의 수차례의 질문에 "모르겠다"고만 답하는 등 극도로 말을 아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귀국후 브리핑 여부에 대해서도 "별로 하실 생각이 없으실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는 남북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에 대해서도 "잡힌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 회담 날짜는) 아직 조정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