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동안 각 시도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을 선출하는 6·13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육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11일 현재 서울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5명이다. 등록 순서대로 최명복(70) 전 서울시의회 교육의원(2월13일), 이성대(57)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2월28일), 이준순(62) 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3월16일), 조영달(57) 서울대 교수(4월3일) 곽일천(63) 전 서울디지텍고 교장 등이다.
본지는 서울교육감선거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인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세 번째로 이성대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과의 인터뷰를 10일 진행했다.
이 전 지부장은 지난 1월3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월8일 저서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소상공인연합회 등 시민단체를 방문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이성대 예비후보는 1963년부터 전남 영광에서 생활하며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1986년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광희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해 상도중, 신림여중(현 삼성중) 등을 거쳤다. 영등포고 재직 중이던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해직됐다.
이후 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전교조 서울지부장(2015~2016)을 거쳐 현재 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 및 서울교육단체협의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성대 예비후보 선거 캠프에서 진행됐다.
이성대 예비후보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4년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2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공약 불이행 등을 근거로 들며 “진보교육감으로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 굉장히 무능한 교육감이 아니었나”라고 평했다.
“(조 교육감이) 노력은 많이 하셨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15~16년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이 2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청렴도 조사는 국민권익위에서 교육청 납품 거래,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여부 등 근거를 가지고 평점을 매기는 것인데, 2년 연속 최하위를 했다. 이는 조 교육감이 공무원 장악력이 없다는 방증이며, 측근들이 투명하지 못해서 하위직 공무원들도 전혀 (비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무능하거나 부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예비후보는 조 교육감의 공약 미이행에 대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서 일반고를 살리겠다는 것이 조 교육감 공약이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조 교육감이 제대로 업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고는 일반고대로 활성화시키고, 자사고 외고는 그대로 두면 안 되냐는 말씀도 있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자사고, 외고를 그대로 두는 것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중학교까지 공부 안하고 실패한 학생들에게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문제는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자사고연합회는 학교자율권·선택권 침해, 시대에 역행하는 하향평준화 등을 근거로 “반헌법적인 국가폭력”이라며 강력 반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이런 지적에 대해 “학생 적성이나 소질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갈 수 있는 학교는 선택권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회적 배려자에게도 입학기회를 주고 있다는 반론이 있지만 쿼터제야말로 가난한 학생들이 진학하기 어려운 학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하향평준화에 대해서도 “일반고에는 중학교 최하위 학생들이 모이는데, 일반고 학생 가운데 공부하려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에 둘러싸여서 공부할 여건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사고 외고 과학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는 이들 학교로 진학하지 못한 낙오자들만이 입학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서울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일반고 침체’를 꼽았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전제로, 교육·입시과정을 전면 개편해 학생들의 과도한 입시부담을 줄여야한다고 했다. 특히 객관식 문제의 전면 폐지와 논술 대체, 대입제도를 현행 입학정원제에서 졸업정원제로 전환할 것을 공교육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객관식 폐지를 주장할 때 동시에 나오는 지적은 ‘시험관의 주관 개입’ 여부다. 그는 “입시를 입학자격고사화(化) 하면 교육의 질 향상은 물론 학부모 걱정도 덜 수 있다”고 했다.
“계속 정해진 트랙에 맞춰 교육하다가는 창의적 인재를 기를 수 없고 사회 미래도 없다. 기본적으로 입학자격고사화가 이뤄져야 한다. 1점으로 당락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논술 결과에 대해 누가 수긍하겠나. 하지만 자격고사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대학 입학은 쉽게 하되 졸업을 어렵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예비후보는 조 교육감의 역점 추진사업인 혁신학교에 대해 “충분한 성과가 입증됐으니 전체 학교로 확산해야 한다”며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혁신학교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게 하면서 왕따나 학교폭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자평했다. 이 예비후보는 “교사들이 수업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다양한 협력수업 모델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혁신학교의 순 기능을 거듭 강조했다.
혁신학교와 관련돼 가장 많이 나오는 역기능은 재학생들의 학력퇴행현상이다. 지난해 국회 교문위 국감에서는 2016년 혁신고등학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11.9%로 전국 평균 4.5%의 3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왔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혁신학교 재학생들의 학력수준이 근처 일반고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영수 등 주요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반고와 비교해도 높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예비후보는 “(일반)고등학교에 애초부터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모아둬서 그런 것이지, 혁신학교가 학력저하의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특히 서울은 특권학교(외고 자사고 과학고)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러한 격차가 더 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학교의 경우 단순히 수치로 평가되는 교육만이 교육적 성과냐고 되묻고 싶다”면서 “학생들이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풍부한 정서를 기르는 것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성대 예비후보는, 한 여중생의 신고로 촉발된 ‘전북 부안 교사 자살 사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사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은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면이 있다.
이 사건은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중생의 주장으로 시작됐다. 경찰 조사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동료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나서 해당 교사의 억울함을 탄원했으나 끝내 해당 교사는 ‘성추행 교사’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숨진 교사의 배우자는 ‘수사권도 없는 학생인권센터가 남편을 강압적으로 조사했다’며 사건의 재조사를 호소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현재 이 사건은 망자의 배우자가 전북학생인권센터 관계자 등을 고소하면서,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교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며, 교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인권을 강조하기 전에 교권침해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이 예비후보의 입장을 물었다.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교사의 인권이 침해받는다는 사고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 그만큼 학교가 학생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교권이 과거보다 악화됐다고 보지 않는다. 교사의 책임과 권한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고, 지금은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본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모두 존중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그는 “학생인권옹호관이 있으면 교권옹호관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교권을 소홀히 여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전문 변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런 사태가 오면 전문 법률가가 아닌 현장 교사는 스스로 권익을 지키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 점은 교육청이 반드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예비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청렴하고 정직한 서울교육 △일반고 전성시대 △사립학교 민주화 등 3가지를 꼽았다. 서울시교육청의 최하위 청렴도 기록을 비판했던 이 예비후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재정을 축내는 것”이라며 청렴과 정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육청 공무원 중에서 감사관을 선임하면 제 식구 감싸기밖에 안 된다. 지금도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감사관실은 일반공무원과 별도 트랙으로 운영해야 하고, 내부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하면서, 교육청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 교육청의 낮은 청렴도와 부패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재정을 축내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특권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으로 일반고 전성시대가 찾아온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하겠다”고 했다.
“특성화고를 전문화, 다양화하고 과다 경쟁 교육을 개선해서 시대에 맞는 창의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교사들의 자율 연구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연수휴직을 강화해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사립학교 민주화’ 공약에 대해 이 예비후보는 “사학의 회계비리나 인권침해에 대해 교육청 자체 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신임교사 채용도 교육청이 사학과 공동 선발하는 것이 투명성이나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가 편향된 이념교육을 하고, 정치적 중립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에, 초기 전교조 멤버인 이 예비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교사들은 전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사회 평균 수준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민감하고, 이를 강조하기도 한다. 때문에 ‘교사들이 편향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특이한 자기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특정 집회를 가자고 선동하는 교사는 1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2일 국회 앞에서 만16, 17세 여학생 3명이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해 선동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3년 전 한 여고생은 국정교과서 시위에서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을 부르짖기도 했다. 이 예비후보는 “그 삭발식은 교사들 역할로 볼 수 없으며, 청소년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움직임으로 알고 있다. (프롤레타리아) 여학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과연 교사가 그렇게 지도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위배했을 경우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편향된 수업이라면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교육청 차원의 조사와 권고 등 감독 기능을 활용해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답했다.
“올바른 정치의식, 사회의식을 갖도록 민주시민 소양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사실을 왜곡하거나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왜곡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얘기를 해도 괜찮다고 본다. 과거 수업방식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예컨대 4·19나 6월 항쟁을 교육할 때, 서로 다른 평가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정답이 정해진 수업은 많이 줄었다.”
이 예비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2건의 전과가 있다. 1989년 전교조 창립회원이었던 그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해직됐고, 1994년 복직했다가 전교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으로 있던 2008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또 다시 해직됐다.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이 예비후보는 “정부의 과도한 정치 탄압”이라고 정의했다.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현행법을 어긴 점이 있더라도, 그런 차원의 제재라면 몰라도, 6만명의 조합원이 있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다는 것은 탄압이다. 예컨대 학생을 처벌할 때 교내봉사 3일 받을 수 있는 것을 대뜸 퇴학시킨 것이다. (당시 정부가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유예기간을 주지 않았나?) 그렇다고 해도 과하다. 교원 노조의 조합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노조가 정할 일이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전교조가 (합법)노조가 아니어도 실체는 인정받을 수 있고, 사용자(교육부, 교육청)와 교섭할 수 있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고 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법원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적폐다. 수만명의 교사들이 현행 법과 대치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대법원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판결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조희연 교육감과 단일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단언했다. 조희연 교육감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4년 전 조 교육감도 인지도가 낮았으며, 인지도는 경선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지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교육감은 초중등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감은 대학교수와 아무 상관도 없다(조 교육감은 성공회대 교수 출신). 교육청은 대학관할도 아니다. 조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을 잘 모른다. 교육은 섬세한 것이기 때문에 초중등 교육 경험이 없는 사람이 교육청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초중등 교육은 초중등 교육전문가가 책임져야 한다.”
“인지도는 경선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다. 정책 공약이나 공개토론 뭐든 자신 있다. 누가 전문가이며 올바른 교육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교수 출신이 초중등 교육을 이끈다는 것은 마치 치과의사가 내과를 다루는 것과 같다. 직을 4년 경험했다고 해도 2017년 교육감 직무수행평가가 최하위였다. 또 맡겨야 하나? 교육감 맡기 전에 현안 공부가 돼 있어야 한다. 교육감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 예비후보는 ‘촛불정신’을 강조하며, 자신의 저서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해 “우리 교육의 봄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촛불정신은 스스로 사회의 주인으로서 책임 있게 스스로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정의와 진실을 얘기했던 교사로서 책임 있게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을 이대로 둬서는 사회 미래가 없다. 교육적인 것은 하면 된다. 교육적이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교육적이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평생 교육운동가로서 살아온 양심으로, 더 이상 남에게 미뤄선 안 된다고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 반드시 승리해서 우리 교육의 봄날을 이뤄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