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단계적 접근' 우회적 언급…"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는 탄탄한 디딤돌을 놓는다고 이해해달라"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남북정상 준비위원회 2차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남북정상 준비위원회 2차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지나친 의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오랜 기간 단절되었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아가는 탄탄한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앞두고 '일괄타결'안을 주장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당부,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회의에서 "우리 앞에 놓은 기회가 큰 만큼 도전도 엄중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하면서 절실한 마음으로 신중하고 착실하게 준비해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가 제일 중요하다. 회담이 열리는 날까지 의제와 전략을 더 다듬고 세부일정 하나하나까지 빈틈없이 준비해야 하겠다"며 "지금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서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양국이 의지를 갖고 준비하고 있는만큼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목표를 위해서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튼 뒤 활발한 외교활동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연달아 결정지었다. 이 과정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각각 북한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9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두 분이 만난다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며 "5월의 회동은 훗날 한반도의 평화를 일궈낸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달 12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우리가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대전환의 길"이라며 "그래서 결과도 낙관하기가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만이 예측 불가한 외부적인 변수들을 이겨내고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며 "부디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하여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 주시길 국민들께 간곡히 부탁,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촉박한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이날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이해해달라'는 발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는 미국이 '일괄타결'을 앞세우는데 반해 북한이 그간 실패로 끝났던 단계적 해법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좀처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큰 성과를 언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5월 혹은 6월초'로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시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일괄타결 시, 비핵화 완료 시한을 6개월로 할지, 1년으로 할지 등은 북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완성 시기 등과 맞물려 있다"고 했다. 중국의 쌍중단, 북한의 단계적 해법과는 거리가 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지난 7일 "남북을 오가는 예술단과 4.27 남북정상회담 준비팀 어디에도 북핵 폐기를 위한 결기나 결단은 보이지 않는다"며 "오로지 남북 협상, 화해, 평화란 구호만 요란하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시진핑 주석이 선수쳐 김정은을 만난 후,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공조는 사실상 와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그리 멀지 않아 북핵 폐기가 실패했음이 드러나고, 북이 핵을 가지고 남을 공갈해도 도와줄 동맹도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