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종사의 명복을 빌며, 시운을 탄(嘆)하다
  • ▲ 7일 대구 제11전비행단에서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국한 장병영결식이 개회되었다.ⓒ연합뉴스
    ▲ 7일 대구 제11전비행단에서 F-15K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국한 장병영결식이 개회되었다.ⓒ연합뉴스
    나라 위한 희생 앞에 절차·격식이 중요한가?

    李 竹 / 時事論評家

    “경북 칠곡군 유학산 부근에서 추락한 공군 F-15K 전투기 조종사 2명의 영결식이 지난 7일 엄수됐다... 최 소령은 세 살 난 딸과 지난 1월 태어나 백일 남짓 된 딸을 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최 소령은 부인이 공사 동기로, 현역 공군 장교다. 박 대위는 미혼으로 알려졌다...” 

     “900시간 가까운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최 소령은 2016년 미국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에도 참가할 정도로 뛰어난 조종사였습니다. 박 대위 역시 28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전투 조종사였습니다...”

    그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저들은 이 나라 국민의 아들이고 딸이며, 아부지 엄마다. 더군다나 필자는 지난날 공군(空軍)의 일원이었기에 가슴이 유독 저린가도 싶다. 그런데...

    누군가가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제11전투비행단, F-15K 조종사 영결식장, 빨간 마후라 2명이 마지막 길을 떠났다. 그곳에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방부 장관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높으신 양반네들에 대한 욕이 섞인 마지막 한 단락은 생략한다. 대신에...

    “이[영결식]에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이왕근 총장은 6일 최 소령과 박 대위의 빈소를 찾아 조국 영공 수호를 위한 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는 언론 기사에 주목한다.

    ‘국민의 군대’의 의전(儀典), 특히 장례 절차나 그 격식(格式)을 자세히 속속들이 아는 이 나라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두 조종사의 영결식도 격식에 맞게 엄숙히 치러졌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적지 않은 국민들은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순국(殉國)한 참수리 해군 용사들의 영결식 장면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아무개 월간지 기사 중 일부다.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다음 날인 6월 30일 김대중 대통령은 한일 월드컵 결승전을 참관하러 일본으로 떠났다. 그다음 날인 7월 1일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장례식이 열렸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이한동 국무총리, 김동신 국방부 장관, 이남신 합동참모의장 등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장례식에 불참했다...” 
  • ▲ 한미공군의 합동훈련 모습.ⓒ연합뉴스
    ▲ 한미공군의 합동훈련 모습.ⓒ연합뉴스
    낚시꾼들에겐 국무회의서 묵념  


    그리고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전날 인천 영흥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의 실종자와 사망자를 애도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아마 국민들의 뇌리에서는 벌써 잊혀졌을 지도 모른다.

      이번 ‘공군 F-15K 전투기 추락’이 전투 상황은 아니었다. 비교 꺼리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음직하다. 그러나 저들도 조국의 영공을 수호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는가. 

      작금에 이 나라 ‘국민의 군대’가 적(敵)을 적(敵)이라 지목하지도 부르지도 ‘않는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방의 확성기가 적(敵)의 사기(士氣)를 진작(?)시키기까지 한다는 괴담(怪談)도 돈다. 남과 북이 ‘봄’을 노래하고, 머지않아 4·27[사이칠], 아니 누구 말마따나 ‘사기칠’ 정상회담이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수군거림도 있다.

      조국의 영공 수호에 몸을 바친 이들의 영결식에 ‘국민의 군대’ 수뇌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만에 하나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면, 두 조종사의 희생은 그저 ‘서글픈’ 일이 되고 말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깨어있는 꽤 많은 국민들은, 오늘도 조국의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비바람·눈보라를 온몸으로 안아내고 있는 ‘국민의 군대’ 대부분 성원들의 신념과 결기를 믿고 있다.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이 목표로 삼아야 하고, 목표로 삼고 있을 건 정체 모호한 ‘평화’가 아니라, 딱 부러진 ‘승리’라는 것도 말이다. 
      일부 이른바 ‘정치군인’들이야 어떨지는 상상에 맡기고...

      순국(殉國)한 고인(故人)들의 영전에 명복을 빌면서, 또한 유가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면서... 젊은 날에 비록 훈육관의 눈치를 살피면서였지만 목청껏 부르던 ‘공군가’(空軍歌)를 다시 추억한다.

     하늘을 달리는 우리 꿈을 보아라
     하늘을 지키는 우리 힘을 믿으라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가슴속 끓는 피를 저 하늘에 뿌린다

     하늘은 우리의 일터요 싸움터
     하늘은 우리의 고향이요 또 무덤
     살아도 되살아도 정의와 자유
     넋이야 있고 없고 저 하늘을 지킨다

     “대한민국 ‘국민의 군대’ 만세! 만만세!!!”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