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 연대의 입구, 호남은 출구" 민주~민평 연대, 마지막 '군불떼기'
  • ▲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추대될 예정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계속해서 '단일화 카드'라고 폄하하는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민주평화당 주요 전·현직 의원들. 사진 왼쪽부터 한때 전남도지사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평화당 황주홍 의원, 박지원 전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무안·영암·신안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윤석 전 의원이다. ⓒ뉴시스 사진DB
    ▲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추대될 예정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계속해서 '단일화 카드'라고 폄하하는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민주평화당 주요 전·현직 의원들. 사진 왼쪽부터 한때 전남도지사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평화당 황주홍 의원, 박지원 전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무안·영암·신안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윤석 전 의원이다. ⓒ뉴시스 사진DB

    자유한국당이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추대할 예정인 가운데 '정치 9단'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여러 경로를 통해 "김문수 전 지사는 단일화 카드"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어 발언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당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장 후보 추대 결의식을 갖고, 김문수 전 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꾸준히 조직해온 김문수 전 지사와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층은 상극이다. 홍정욱 헤럴드회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시장과는 달리, 김문수 전 지사와 안철수 전 대표 간의 단일화는 표의 득실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홍준표 대표도 안철수 전 대표를 위해 굳이 단일화를 해줘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를 내세워 독자완주로 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 9단'을 자처하는 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이러한 수순을 못 읽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전 지사는 단일화 카드"라며 꾸준히 한국당~바른미래당 단일화설을 흘리는 이유에는 꺼져가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사이의 선거연대 불씨를 다시 한 번 살려보려는 마지막 노력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서 수도권 선거연대가 이뤄져야, 박지원 전 대표가 구상하는 민주당~평화당 연대를 추진할 정치적 명분이 생긴다"며 "끊임없이 한국당~바른당 간의 단일화 군불을 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함께 가면 개혁 세력도 함께 가야 한다"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의 연대가 '입구'가 될 것이고, 호남은 연대의 '출구'"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국당이 '드랍'하는 방식으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로의 연대를 하면, 반대로 바른미래당은 경기도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돕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도 평화당과 수도권에서 연대를 할 명분이 생기고, 그 연대는 필연적으로 호남에서의 연대를 수반하게 된다는 그림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박지원 전 대표가 현실적으로 김문수 전 지사의 출마로 '선거 연대'가 좌초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읽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반향을 떠보는 과정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화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박지원 대표가 스스로는 전남지사에 출마하려는 생각을 접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평화당이 추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누군가를 대신 지사 후보로라도 세워야 하는데, 후보 영입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연대의 불씨를 살려두려는 것"으로 바라봤다.

    최근 평화당과 정의당 간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과정에서 정의당이 박지원 전 대표의 전남도지사 출마로 인한 교섭단체 붕괴를 우려해 '담보'를 요구했을 때, 박지원 전 대표는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의 교섭단체 공동 합류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의지가 강하다면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나갔을 경우에 대비해, 어떻게든 이용호·손금주 의원 중 한 명을 설득하려고 했을텐데, 미온적이었다는 것 자체가 지방선거에 뜻을 다소 접었다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한창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전남 곳곳을 돌던 중에 배우자 이선자 여사가 투병하게 된 것도 박지원 전 대표가 선거에 뜻을 접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각별한 애처가로 알려진 박지원 전 대표는 이선자 여사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이래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간병에 진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도 결국 한 명의 사람인데, 정치를 분석할 때 그와 같은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부인의 투병 생활이 지방선거 출마라는 큰 정치적 도전에 집중할 수 없게끔 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결국 박지원 전 대표의 본래 구상은 서울·경기에서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단일화 움직임을 명분삼아, 민주당과 평화당의 연대를 이끌어내면서 '연대의 출구'인 호남에서 전남지사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단일화를 이루려는 복안이었는데, 이제는 철수 직전에 마지막으로 반향을 떠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박지원 대표가 전남지사에 출마할 경우, 보궐선거가 치러질 전남 목포 출마가 예상되던 이윤석 의원이 무안·영암·신안 평화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풍향이 달라졌다는 반증"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전남지사 후보가 결정되면,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며 빠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