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여사님'? 그렇게 못 부르겠다면?

필자는 그 어느 경우든 ‘김정은과 리설주’라고 부르고, 쓰고, 말할 작정이다

류근일 칼럼 | 최종편집 2018.04.09 08:16:52

앞으로 언론계를 포함하는 한국의 담론계엔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그리고 그 이후에 김정일과 리설주를 ‘김정은 국무위원장(님)’과 ‘리설주 여사(님)’라고 부르는 매체와, 그 둘을 그냥 김정은과 리설주라고 부르는 매체의 두 종류의 매체가 대립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정부가 ‘국무위원장(님)-여사(님)’로 부르기로 했다니 말이다. 

메이저 방송과 일부 출연자들은 십중팔구 ‘위원장(님)-여사(님)’로 부를 것 같다. 나머지 다른 신문 방송 매체들이 과연 어느 쪽에 줄을 설지, 흥미진진하다. 필자는 그 어느 경우든 ‘김정은과 리설주’라고 부르고, 쓰고, 말할 작정이다. 그런데 큰일 났다. 


실성한 놈처럼,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각계각층 공인(公人)들, 유명인들, 신문에 글 쓰는 필자들, 기자들, 논설위원들, 방송에 나와 말하는 진행자들과 평론가들, 공무원 중에서도 특히 검찰과 경찰 등 공안부처 공무원들, 판사들, 군인들, 국회의원들, 교수들이 과연 김정은-리설주 이름 뒤에 어떤 존칭과 직함을 갖다 부칠지, 궁금하다기보다는 재미있어 죽겠다.

그들이 TV에 나와 김정은 위원장(님)과 리설주 여사(님) 두 분께서...라고 하셨습니다”라고 할 것을
상상하자니 폭소가 터져 배꼽이 아플 지경이다. 아무렴 그렇쿵 말궁... 허우대가 멀쩡한 친구들이 세태의 환각제 처먹고 정신이 이리송~~해진 이 말세에 무슨 진풍경인들 없을라고... 현송월을 경호하던 공안공무원이 시민을 향해 “(현송월 님) 불편해 하신다, 접근하지 말라”고 했을 때 이미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더 무궁무진하게 재미있을 일은, 만약에 어떤 매체나 필자나 방송진행자 또는 출연자가 김정은 위원장(님)과 ‘리설주 여사(님)’이라고 하지 않고 무엄하게 그냥 ‘김정은과 리설주’라고 했을 경우, 그에 대해 당국과 친여세력과 언론홍위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것이다.

매체 내부에서도 권한 있는 사람들이 어떤 자체검열과 지침을 하달할지도 궁금하다. 만약 "알아서 기어라" 요청, 직권에 의한 일방적 교정(矯正), 불이익 조치, 유감표명, 겁주기가 있을 경우 발언 당사자는 또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필자는 그것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그 경위를 공개하려 한다.

다만, 글의 기본적 품위만은 지키려 노력할 것임을 자기(自期)한다. 쓸데없이 의도적으로 욕지거리 해대는 식으론 쓰지 않을 것이다. 비판은 욕설과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인에게서 ‘여사(님)’ 소리를 기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직 대통령 시대를 ‘독재’ ‘권위주의 ’탄압‘으로 규정하고 그에 저항하던 사람들이 지금의 권력자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애 낳는 그림도 그린 사람들이다. 이런 경력의 그들이 설마 누가 김정은을 ’무엄하게‘ 불렀다 해서 그걸 시비하기야 할라고?

그러나 뉘 알랴, 설마가 사람 잡을지...더군다나 내로남달엔 도가 튼 사람들 아니던가? ㅎㅎㅎ. “김정은과 리설주가 판문점 남쪽으로 온다”고 할 테다. 어쩔래?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4/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 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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