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미국 책임”, 혈세 지원받은 기념사업委 반미 기자회견 참석
  • ▲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33개 좌파 성향 단체들이 발족한 '4·7 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이, 7일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통일반대·내정간섭·전쟁위협 미국규탄대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33개 좌파 성향 단체들이 발족한 '4·7 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이, 7일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통일반대·내정간섭·전쟁위협 미국규탄대회'를 열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토요일을 맞아 좌파 성향 단체들이 광화문 주미대사관 앞에서 제주4·3사건에 대한 미국의 사죄, 한미군사훈련 영구 중단 및 한미동맹 해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반미시위를 벌였다.

    좌파집회 및 시위에서 반미 구호가 나온 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남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활발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정국 상황을 고려할 때, 좌파진영이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노골적 반미 시위를 미 대사관 앞에서 벌인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그동안 전면에 나서진 않은 이적단체 범민련이, 다른 좌파성향 단체와 연대 형식으로 참여해, 시위를 기획한 배경과 의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연방제 통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 북한의 대남선전매체를 연상시키는 주장을 펴면서 수위 높은 반국가 시위를 주도해 왔다. 우리 대법원은 1997년 판결을 통해,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시위대가 제주4.3사건 발생 70년을 맞아, ‘미국 때문에 다수의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됐다’는 식의 주장을 펴면서, 미국과 북한의 양자협상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시위는 '4·7 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이 기획했다. 준비모임에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민주권연대,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등 33개 좌파 성향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시위의 정식 명칭은 '통일반대·내정간섭·전쟁위협 미국규탄대회'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작부터 끝까지 반미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이성우 범민련 부경연합 부의장은 “세계가 우리 민족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놈, 일본놈을 믿을 것이 아니라, 민족대단결 정신으로 우리 민족과 손을 잡고 통일을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미국은 전쟁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국가”라며 “군수사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전쟁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적극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남한을 향해 미사일을 겨눈 적 있느냐”며, “(북한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겨누는데, 그렇다면 미국에 사드 배치를 해야지 왜 성주에 설치하느냐”고 했다.

  • ▲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중민주당·전국철거민연합·양심수후원회 등 각 단체 회원 150여명이 모여 한반도기를 흔들며 반미 구호를 외쳤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민중민주당·전국철거민연합·양심수후원회 등 각 단체 회원 150여명이 모여 한반도기를 흔들며 반미 구호를 외쳤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시위에서는 ‘제주4.3사건의 원흉’으로 미국을 지목하는 발언이 자주 나왔다.

    박찬식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미군정 시절 경찰이 제주에서 총을 쏴서 도민들이 죽지 않았나. 이래도 모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미국은 우리 조국을 두 동강 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민중민주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 C씨는 “미국은 제주를 피로 물들게 했으며, 현재도 한반도 핵전쟁 위협과 통상 압력으로 우리 민족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대 위에 올라가 “미국은 4·3 학살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구호는 요란했지만 실제 참가 인원은 매우 적었다. 집회 측은 300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150명 정도로 추산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의 이름은 시위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위원회는 ‘미국 규탄대회’ 홍보 포스터를 홈페이지 기념사업 코너에 올렸으나, 비난 여론이 커지자 슬그머니 게시물을 삭제했다. 앞서 지난 5일 조선일보는 해당 위원회가 정부로부터 연간 30억원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혈세로 반미 시위를 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4·3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는 이름을 올렸다. 미 대사관 앞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에 합류했다. 기자회견은 제주4·3 희생자유족회,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4·3은 미군정 시기 발생한 민간인 대량학살 사건”이라며 “미군정이 실질적 작통권을 행사하던 시기 3만 명 이상의 도민이 숨졌다. 전쟁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서 이런 대학살극이 벌어졌나. 미국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합류한 미 대사관 시위대도 ▲4·3학살 책임 있는 미국은 사죄하라 ▲한미군사연습 영구중단 ▲한미군사동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회견을 마치고 양윤경 제주4·3 희생자유족회장은 해당 내용이 담긴 공개서한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