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희 영산대 교수 “국가 정통성 부정한 교과서 시안”
  • ▲ 이종배·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교육토론회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황영남 전 영훈고 교장(첫 번째),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네 번째), 정경희 영산대 교수(다섯 번째), 이성호 중앙대 교수(여섯 번째),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일곱 번째),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여덟 번째).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이종배·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교육토론회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황영남 전 영훈고 교장(첫 번째),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네 번째), 정경희 영산대 교수(다섯 번째), 이성호 중앙대 교수(여섯 번째),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일곱 번째),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여덟 번째).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현 정부가 마련한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試案)'이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를 우려하는 정계·학계 전문가들은 시안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종배·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교육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회사를 맡은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데 좌파 이념에 물든 아이들을 키우려는 것 아닌지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좌파이념 교육, 특히 역사를 바꾸는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전개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요즘 대통령 말 한마디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건국 시점도 정하고, 4·3의 진실도 대통령 독단으로 정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이는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대한민국이 정통성이 없는 나라인가. 분단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떻게 번영을 이뤘고 북한이 어떻게 세계 최악의 국가가 되었는가. 교육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역사교육의 목적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자신들이 계승했다고 하는 정부에서도 하지 않은 '역사의 자의적 규정'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전 의원은 "비단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출발이 어떠했는지 모르는 국민에게 미래는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는 이성호 중앙대 교수가, 주제 발표는 정경희 영산대 교수가 각각 맡았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황영남 전 영훈고 교장,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역사교과서 시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제18대 국사편찬위원으로 지난 정부 국정교과서 집필진 중 1명이다. 정 교수는 "시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대놓고 부정한다는 것"이라며 2개의 소주제를 소개했다.

    시안의 소주제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에 대해 정 교수는 "통일 정부 수립 노력을 강조하며 제주4·3 사건 등 대한민국 수립을 방해한 사건을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에서는 8·15광복,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 등을 비롯해 제주 4·3 사건까지 학습요소로 소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제주 4·3 사건의 발단은 5·10 총선거 저지를 위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력봉기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도민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깝지만, 엄밀히 말해 대한민국 수립을 저지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안은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유엔에서 승인 받은 사실도 배제했다.

    1948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제3차 유엔총회에서 신생국이었던 대한민국은 58개국 중 48개국의 찬성을 얻어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았다. 대한민국에 대한 유엔의 승인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근거다.

    더구나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은 해당 사실을 유의하라고 명기하고 있다. 2013년 검정 당시 교과서 3종(동아·미래엔·천재교육)이 관련 서술을 왜곡했다가 교육부의 수정 조치를 받은 사실도 있다.

    정 교수는 "시안은 '남북에 들어선 정부의 수립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는 부분을 통해 사실상 남북을 대등한 정부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시안이 유엔 결의안을 교과서에 제대로 서술할 리가 없다. 즉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국사교과서는 나라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시안은 대한민국의 번영을 역사적으로 설명하기는커녕, 갖은 방법으로 깎아내리는 장치를 마련했다. 나라가 앞장서서 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나아가 정체성마저 바꾸려한다면, 이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황영남 전 영훈고 교장은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나라의 뿌리와 근본을 이해하고 나아가 정신과 문화를 학습하는 것인데, 교육부의 시안을 보면 향후 미래세대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안의 편향적 서술행태를 비판했다.

    황 교장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국가가 점차 쇠잔해지는 것은 물론, 소멸로 귀결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만일 교육부 시안에 따른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교육부의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8년 현재 북한 실정을 보면 인간다운 삶과는 거리가 있는 3대 세습 독재체제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 중국 땅에서 탈북자 30명이 북한으로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한 사실도 보도됐다"며, "강제북송은 곧 살인방조이며, 북한 체제는 완벽한 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촌평했다. 그는 "북한 정권을 두둔하는 교과서로 인류 공영이나 민주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많은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성취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북한 체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우호적으로 서술하기까지 한다"며, "특히 북한 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한 서술은 거의 미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역사교육은 민족, 민중, 통일지상주의라는 협소한 사관(史觀)에서 탈피해 국제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