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있는데도 대통령 마음대로, 경호처장이 판단하는 일도 대통령 마음대로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이희호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이희호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DB
    박근혜 전 대통령이 6일 1심 선고를 받는다. 10개가 넘는 혐의가 주루륵 이어진 무거운 공소장만 봐도 형량이 짐작된다. 살펴보면 혐의 대부분은 직권남용이다.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건데, 유무죄 여부는 법원이 잘 판단할 거라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을 지시했다. 현행법상 이 여사에 대한 경호주체가 청와대 경호처에서 경찰로 이관된 시점은 지난 2월24일 이다. 경호처가 한달 넘게 법을 어기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불법을 지시했다.

    직권남용이다. 엄연히 법이 있는데 그 법을 뒤집는 지시를 했다.

    청와대 경호처장이 김진태 의원에게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찰에 대한 경호 인수인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청와대 주장의 근거인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4조>는 다음과 같다.
  • 4조6항을 보면 경호연장이 필요할 경우 (경호)처장이 사유를 판단한다고 나와 있다. 대통령 판단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경호처가 김진태 의원에 보낸 공문을 보면 지난 2일 이관을 시작했다. 경호처장은 '이관'으로 판단했지만, 대통령이 '이관불가'로 결정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를 '혼선'이라고 표현했다. 경호처장의 판단이 '이관'으로 내려졌다는 팩트 자체를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일부 보도내용에 혼선이 있지 않나 싶다. 좀 더 분명하게 청와대와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이 발표를 했다"고 했다. 경호처장이 판단할 사안이지, 대통령 뜻은 중요치 않다는 법조문 내용을 보지 않은 듯 하다. 역시 직권남용이다.

    애초에 법조문을 보면 영부인은 경호처장이 판단하는 경호연장 대상이 아니라는 김진태 의원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원래 법은 7년 경호였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이 2010년에 3년, 2013년에 5년을 늘려 여기까지 왔다. 이 여사의 경호연장이 경호처장이 판단하는 범위였다면 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었다는 게 김진태 의원의 주장이다.

    청와대는 불법인지 아닌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아보라 했다. 무책임하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최고기구가 청와대다.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먼저 나서 유권해석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걸 불법을 지적한 김진태 의원에게 맡겼다. 역시 포괄적 직권남용이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다.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나마 기록해 둘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직권남용으로 도배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볼지 궁금하다.